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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세르비아는 오성홍기에 입맞췄다···中 마스크 외교에 유럽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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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지원 행태에 서방의 우려 고조돼

중국은 유럽연합보다 각국 개별 접촉

EU는 이를 유럽연합 분열 행위로 간주

중국에 마스크 등 의료 지원 받으려면

‘현명한 지도자와 성공적 체제’ 언급해야

중국의 ‘마스크 외교’가 서방의 우려를 낳고 있다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의 잇따른 보도가 눈길을 끌고 있다. SCMP는 24일 ‘유럽연합(EU)이 중국에 경고를 날렸다’는 보도에 이어 28일에도 ‘중국의 마스크 외교는 왜 서방의 우려를 낳나’라는 기사를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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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세계 각국에 대한 의료 지원을 통해 신종 코로나와 싸워 이긴 중국의 지도자뿐 아니라 세계의 지도자로 부상하려는 야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신화망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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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부터 안정을 찾은 중국은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신음하는 서방 등 세계 각국에 대한 의료 물자 지원에 나서고 있다. 마스크와 방호복, 진단 키트 등을 제공하는 건 물론 이란과 이탈리아 등에는 의료진도 파견했다.

뤄자오후이(羅照輝)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지난 26일 중국이 세계 83개 국가에 진단 키트와 마스크 등을 지원했다며 “중국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국가의 어려움에 대해 공감하고 있으며 이들을 기꺼이 도울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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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상황이 안정을 찾은 중국은 세계 83개 국가에 대한 의료 지원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 전 회장이 지원한 방역 용품이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 공항에 도착해 하역을 기다리는 모습.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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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같은 중국의 원조가 서방에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는 게 SCMP의 분석이다. 중국의 지원이 순수한 인도적인 차원에서 이뤄지기보다는 여러 정치적, 경제적 고려가 깔린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크게 세 가지 문제점을 지적했다. 첫 번째는 신종 코로나 사태를 야기한 우한(武漢)에 대한 주의를 돌리려 한다는 점이다. 우한의 늑장 대처로 글로벌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을 불렀다는 비난을 희석하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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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에 도착한 중국 의료진이 오성홍기를 펼쳐 보이고 있다. [중국 인민망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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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중국의 의료 지원을 받기 위해선 서방 각국이 중국 정부와 직접 접촉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중국에 듣기 좋은 말을 어떤 식으로든 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폴란드 국제문제연구소의 마르친 프리지호드니아크는 “동유럽이나 중유럽의 국가가 중국의 의료 물자를 받기 위해선 중국 정부와 직접 접촉해야 하며 베이징의 도움에 감사하다는 표시를 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조건이 붙는 식인데 ‘현명한 지도자와 성공적인 정치 체제’로 인해 중국이 신종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는 중국식 화법을 유럽 국가가 구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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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셉 보렐 유럽연합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지난 23일 유럽 각국은 의료 물자를 지원하는 중국의 ‘관용의 정치학’ 이면에 깔린 영향력 확대 움직임에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연합뉴스]



세 번째는 유럽연합이 중국의 지원 방식을 볼 때 EU를 분열시키려는 인상을 받는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조셉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의 지난 23일 경고가 대표적이다. 그는 중국이 마스크 등 의료 물자를 베푸는 ‘관용의 정치학’을 이용해 세계적 차원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임을 유럽 국가가 반드시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SCMP는 서방 각국이 중국의 행태에 경계심을 갖게 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첫째는 중국 당국이 유럽연합을 직접 상대하려 하기보다는 유럽의 개별 국가와의 접촉을 꾀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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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의 수장인 폰 데 라이언 집행위원장은 신종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대신 리커창 총리와 통화해야 했다. 이와 관련 유럽연합보다 각국을 개별 접촉하려는 중국 당국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AP=연합뉴스]



대표적인 예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전화 외교인데 시 주석은 프랑스와 독일, 스페인 등 서방 각국 지도자와 일일이 전화 통화를 하면서도 오직 유럽연합의 수장인 폰 데어 라이언 집행위원장과는 통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라이언 집행위원장과의 전화는 리커창(李克强) 총리에게 넘겨졌는데 이 같은 중국의 행태는 집단을 상대하기보다 각국에 대한 개별 격파 전략으로 분석된다는 것이다. 이는 이민족을 분열시킨 뒤 하나하나 격파해나가는 중국의 오랜 전략 중 하나를 연상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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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이 베오그라드 공항에 직접 나와 중국 의료진을 환대하고 있다. 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형제이자 친구“라고 불렀다. [로이터=연합뉴스]



둘째로 서방을 놀라게 한 건 중국의 의료 지원에 감격한 세르비아의 돌출 행동이었다.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감사 표시로 중국의 오성홍기(五星紅旗)에 입맞춤하고 시진핑 주석을 “형제이자 친구”라고 불렀다.

서방 각국이 경계심을 품게 된 셋째 이유는 중국 외교관의 트위터를 통한 그릇된 정보 전파였다고 SCMP는 소개했다. 중국 외교부의 자오리젠(趙立堅) 대변인이 지난 12일 “미군이 우한에 바이러스를 가져왔을 것”이라고 트윗한 걸 지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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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신종 코로나 사태로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내고 있는 이탈리아를 지원하기 위한 중국의 세 번째 의료팀이 지난 25일 밀라노에 의료 물자와 함께 도착했다. [중국 인민망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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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외교관의 이같은 상식 밖 행동이 중국이란 나라는 뭐든지 왜곡할 수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는 것이다. 결국 이 같은 이유 등으로 인해 중국이 많은 의료지원을 한다고 해도 중국에 대한 서방의 부정적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으로 SCMP는 전망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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