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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차장칼럼] '원전산업 맏형' 대기업 첫 코로나 지원의 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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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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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두산중공업은 두산그룹을 소비재 중심에서 산업재 중심의 글로벌 기업으로 완전히 탈바꿈하도록 만든 핵심 기업이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대기업 매출 50위권에 자리했지만 이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대기업 지원 첫 사례라는 불명예스런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5000억원이 넘는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은행권 차입금 4조9000억원 가운데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금액은 4조원이 넘는다.


'원전산업 맏형'이었던 두산중공업의 추락은 정부가 추진 중인 친환경 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시작됐다. 핵심 수익원이던 원전사업은 붕괴했고 설상가상 글로벌 수주 감소도 이어졌다. 여기에 자회사인 두산건설에 대한 대규모 지원 실패도 겹치며 재무구조가 휘청거리게 됐다.


최근 국책은행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두산중공업에 대한 1조원 규모의 긴급 자금 수혈에 나섰다. 당초 채권단은 두산그룹 차원의 계열사 매각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안을 요구했다. 1조원의 자금이 긴급 지원된다고 해도 두산중공업 경영상황을 정상화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의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 이후 곧바로 긴급 자금지원이 발표됐다. 정책적 지원 결정이 불가피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는 두산중공업 지원에 대한 시중은행들의 참여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시중은행의 참여가 이뤄질 지는 요원하다. 이해 당사자간 충분한 토론과 합리적 미래예측 없이 추진된 급격한 '탈(脫)원전' 정책은 이미 두산중공업 뿐만 아니라 협력사에 이르기까지 원전 생태계 전반을 붕괴시켰다. 정부는 한국형 원전 수출을 위한 활동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업계에서는 자국에서 폐기하다시피 하는 원전 기술을 다른 나라에서 사용할 것이라는 기대 자체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두산중공업의 경영정상화가 안 된다면 대주주에게 철저히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정부 정책에 의해 타격이 불가피했던 기업의 회생을 위해 정부가 나서서 긴급 자금을 지원해주게 된 아이러니한 상황에 대해서는 정부가 어떤 책임을 질 것인지 묻고 싶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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