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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위기전문가' 김용환 "기업 지원 단순·과감해야…정부 구조조정지원체 가동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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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경제, 탈출구는]

③ 김용환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금감원 수석부원장으로 최전방서 위기 극복 진두진휘

외국인 자금 유출 땐 한미 통화스와프만으론 역부족, 한중·한일 추가 체결 필요

코로나발 위기, 산업 구조조정 기회로…기업재무개선지원단 부활 시켜 구조조정해야

아시아경제

김용환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


1930년대 대공황 이후 글로벌 경제는 수차례 위기를 겪었다. 1970년대 오일쇼크, 2000년대 초 IT 버블붕괴, 20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의 선진국 재정위기 등이 그것이다. 2016년엔 터키, 아르헨티나 등을 중심으로 유발된 신흥국 금융위기도 있었다.


과거의 위기는 금융필드에서 촉발된 부실화가 실물경제로 이어져 경기침체의 나락으로 전개됐다는 것이 공통된 점이다. 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유발된 현재의 위기는 지금까지의 양상과는 달리 금융과 실물경제가 동시에 패닉에 빠지는 소위 '극적인 붕괴(dramatic collapse)'라는 특징이 있다.


즉, 이번 위기는 저금리, 고령화, 글로벌 무역전쟁 등으로 세계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 코로나19라는 새로운 충격이 더해진 수요, 공급의 복합위기로 경제침체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의 학습경험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새로운 형태의 해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먼저 정부는 추경 등의 재정정책과 기발표한 100조 플러스알파의 금융안정화 방안을 신속, 과감하게 실효성 있게 집행해야 한다.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한 채권시장펀드, 증권안정기금, 단기 유동성 지원을 위한 채권담보부증권(P-CBO)펀드 조성 등 금융기관과 감독당국간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즉각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


특히, 자금 애로가 있는 소호 및 자영업자, 중소ㆍ중견기업에 대한 긴급경영자금 등에 대해서는 필요한 절차를 단순화해야 한다. 수출 중소 및 중견기업, 필요시 대기업까지도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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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연준), 일본 중앙은행과 같이 한국은행의 빅컷(큰 폭의 기준금리 인하), 채권매입(RP) 대상 기관을 확대하고 매입 채권 종류를 넓히는 등의 양적완화 조치는 적절하다고 본다. 앞으로도 이번 코로나19 같은 전대미문의 위기 속에서는 한은이 보다 더 과감한 추가적인 양적 완화 조치들을 준비해야 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외화유동성 확대도 강구해야 한다. 현 외환보유액은 2008년 금융위기 대비 2배 늘어난 4000억 달러를 넘어서고 있지만, 자본시장의 55%를 차지하는 외국인 자금의 유출이 일어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최근 600억 달러의 한미 통화스와프로 외환시장의 안정판은 마련했다. 하지만 한일, 한중 등 기업의 공급사슬(supply chain)에 걸쳐 있는 국가들과의 추가적 통화스와프 체결 역시 필요하다.


또한 글로벌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발행국가와 화폐, 해외채권을 다양화해야 한다. 예를 들면 수출입은행의 경우처럼 달러채권발행에만 의존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한 중동, 일본계로 차입시장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시절 정부는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 발행으로 기업들의 외화 조달의 길을 연바 있다.


외평채는 대외 위기 속에서 자국의 신용도를 보여주는 이정표다. 캐나다 앨버타 주정부는 얼마 전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100년물 채권 3억 달러를 발행했다. 100년물은 사실상 상환 만기가 없는 영구채에 가깝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30년, 50년의 장기채권을 발행해 외화유출에 대비한 자금을 미리 충분히 확보해둘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다자간은행(MDB), 국제신용평가기관 등과의 긴밀한 국제협력을 통해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을 이해시켜야 한다.


위기관리는 위기 이후의 상황까지 고려해 진행돼야 한다. 이번 위기를 산업 구조조정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지금 구조조정 타이밍을 놓치면 위기 때 생존력이나 반등 시 복원력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업종별 정밀진단을 통해 옥석을 구분하고 위기 이후 우리 사회와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곳에 지원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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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2008년 금융위기 때 한시적으로 가동됐던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합동기업재무개선지원단의 부활이 필요하다. 재무개선지원단은 당시 건설, 조선업체 등 200여개의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은행권이 기업의 옥석을 가린 후, 재무구조개선약정이나 자율협약을 통해 메스를 댔다. 지금처럼 채권단 위주의 구조조정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과거보다 더욱 다양한 정부 부처의 참여가 필요하다. 경제 성장 관점의 기획재정부, 시장 안정 측면의 중앙은행, 금융당국 등 다양한 시각을 가진 부처의 협업체계를 구축하고 이 과정에 금융당국이 구심점이 돼 신속하고도 과감하게 실행돼야 한다. 아울러 은행들이 기업에 자금을 원활히 지원할 수 있도록 면책제도 등의 환경도 만들어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최근 있었던 주요20개국(G20) 회의에서 논의됐던 치료제와 백신개발 등의 의료적 협력, 확진적 거시정책과 글로벌 금융안정망 강화, 과학자 의사 등의 필수인력 교류에 적극 참여해 위기극복에 기여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세계적 블랙스완(Black Swan) 상황이다. 코로나19의 영향이 어느 정도일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아직은 위기가 제대로 시작된 것도 아니다. 정부, 민간, 기업 등 각 경제주체가 가진 자원을 최대한 활용해 복합적 시너지를 내는 해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김용환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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