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내ㆍ외국인을 막론하고 자가격리 지침을 무시하는 일이 빈발하고 있다.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는 국민과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분투하고 있는 방역ㆍ의료진을 허탈하게 만드는 일이다. 수원에 사는 영국인은 확진 판정을 받기 전까지 닷새 동안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4개 도시를 여행하면서 모두 23명과 접촉한 것으로 드러났다. 28일 확진 판정을 받은 부산의 독일인 유학생도 격리 기간 부산 시내 곳곳을 누빈 것으로 확인됐다. 귀국 후 자가격리 권고를 무시하고 제주도를 여행한 뒤 확진 판정을 받은 미국발 유학생 모녀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제주도는 이들 모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라고 하고, 법무부는 자가격리 권고 기간에 스크린 골프까지 친 수원의 영국인을 강제 추방하는 방안까지 검토한다고 한다. 단호한 대응으로 국내ㆍ외에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
입국자 의무 격리 결정은 당연하고 적절한 조치이긴 하나 다소 늦은 감도 없지 않다. 정부는 유럽과 미국발 입국자에 대해 차례로 검역 절차를 강화했고, 이번에는 그 대상을 전 지역으로 확대했으나 선제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해외 상황, 인력ㆍ물자ㆍ시설 등 방역 역량, 총체적 국익 등을 두루 살폈을 것으로 이해한다. 승부는 지금부터이다. 신규 확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해외 유입 사례를 효과적으로 통제하지 못하면 국내 방역에 큰 차질이 생길 것이 뻔하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격리 대상자의 자가격리 앱 설치율은 60%에 불과하고 이달 13일부터 24일까지만 해도 앱에서 적발한 무단이탈 사례도 11건이었다. 앱에서 확인하지 못한 사례는 더 많을 것이다. 최근 확진자 숫자가 줄면서 느슨해지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는데, 이번 조치를 방역 의지를 다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정부는 무단이탈자에 대해 경찰이 긴급 출동해 상응한 조치를 하는 '코드 제로'를 적용하고, 자가격리 의무를 위반할 경우 무관용 원칙에 따라 즉시 고발할 예정이라고 한다. 시행이 이틀 앞으로 다가온 만큼 격리 대상자를 관리할 인력을 증원하고 자가격리가 어렵거나 확진 판정을 받은 입국자들에 대한 격리 시설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확실한 통제가 어려운 자가격리의 특성을 고려해 좀 더 효율적인 관리 방안도 검토해주길 바란다. 당사자들의 협조도 절실하다. 단순히 처벌이 두려워서 아니라 어려운 시기 공동선에 기반한 우리 사회의 합의에 동참하는 것은 국민의 의무이다. 방한 외국인도 위기 상황에서 인류 보편의 에티켓을 지키는 것이 세계 시민으로서의 당연한 도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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