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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현장르포] "과찬이십니다" 초교 원격수업 첫날 웃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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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콘텐츠 부족은 숙제로...이어폰 웹캠 없어 꺼놓는 학생도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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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영풍초등학교 김현수 교사가 30일, 정규 수업시간에 맞춰 원격수업 시범 운영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동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30일 오전 9시에 방문한 서울 송파구 오금로에 위치한 서울영풍초등학교. 이 학교는 서울시교육청 원격 수업 시범학교다. 이날 6학년 3반 교실에 들어서자 8년차 김현수 교사(34) 혼자 모니터와 노트북을 앞에 두고 구글 행아웃을 이용해 수업 준비에 한창이었다.

■우려보단 원활했던 원격수업
"자, 이제 우리 수업 시작합시다. 우리 얼굴 좀 보자. 승민이, 정윤이…" 스피커를 통해 누군가 틀어놓은 TV프로그램 소리가 크게 들리는 가운데 김 교사는 출석을 부르기 시작했다. 다소 산만했던 분위기는 선생님의 한 마디에 한 순간에 조용해 졌다. "이제 다들 음소거하고 선생님 보세요. 마이크가 안 되는 사람은 채팅으로 대답하면 돼요."
학생 20명 중 17명이 참여한 오늘 수업의 주제는 민주화 프로젝트. 학생 모두 음소거를 해놓은 상태에서 대답하는 학생만 음소거를 풀고 대답을 유도하는 모습에 능숙함이 묻어났다. 3월 둘째 주부터 원격수업을 시작했다는 김현수 교사. 학부모 설문조사를 통해 편한 시간을 물어 저녁에 3~4시간 원격수업을 진행하며 노하우를 쌓았다고 그 비결을 전했다.

프로젝트 수업에 이어 조별학습 시간. 학생들은 구글 클래스룸을 이용해 모둠 과제를 수행하고 교사는 실시간으로 화면을 보며 조언을 해주고 있었다. 모둠 수업 중 발표를 잘 한 학생을 칭찬하자 초등학생답지 않게 "과찬이십니다"라고 대답해 정막했던 교실에 한바탕 큰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수업 중간 중간 누군가의 마이크를 통해 TV프로그램과 벨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수업에 큰 지장은 없었다. 오히려 학생들은 쉬는 시간 직전까지 모둠 과제에 집중하며 열의를 보이기도 했다.

항간의 우려를 비웃듯 원활하게 진행됐던 원격수업이었지만 김현수 교사는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디지털교과서 선도학교인 영풍초등학교에서도 PC가 없는 가정이 생각보다 많았던 것. "수업을 따로 들어야 할 다자녀 가구도 그렇고, 부모가 재택근무를 하며 PC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걱정했다.

■콘텐츠 준비 등 수정·보완 필요
영풍초등학교의 컴퓨터 비축분은 150대. 아직 개학을 안 한 상태에서 총 60여대를 빌려주기로 한 상태다. 오늘 시범운영을 한 6학년 3반에서도 이미 3대를 대여한 상태였다. 본격 온라인 개학을 하면 컴퓨터 대여 수요가 늘어날 것은 자명하다는 것이다.

원격 수업에 활용한 노트북도 눈길을 끌었다. 학교에서 지급된 테스크탑이 아닌 교사 개인 노트북이었던 것. 김현수 교사는 "프로그램별로 컴퓨터 사양에 따라 품질이 달라지기도 한다. 더욱이 학교 컴퓨터는 웹캠이 없는 데스크탑이 많아 개인 노트북을 이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일선 학교에 보급된 컴퓨터의 한계를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다.

이날 수업에는 영상과 마이크를 꺼놓은 학생들이 눈에 띄었다. 김현수 교사는 이런 상황에서 출결관리와 평가에 대해 "이어폰이 안 되거나 웹캠이 없어 꺼놓는 경우가 있다"며 "앞으로 수정·보완해 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현실적인 답변을 내놓기도 했다.

걱정했던 교사들의 기기 활용 미숙은 연수를 통해 많이 좋아진 상황. 학부모들도 초반엔 어려움을 겪다 교사들이 하루 1~2차례 통화하며 설명해주고 수업을 몇 번 하다 보니 이제 안정됐다는 평가가 다수다.

이정인 서울영풍초등학교 교감은 "일선 학교의 원격수업은 컴퓨터 등 인프라 미비가 가장 큰 문제"라며 "우리 학교는 디지털교과 선도학교로 콘텐츠 준비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일반 학교는 교사들이 콘텐츠를 준비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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