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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연결 안돼" "소리 안들려요" ...학교 온라인수업 먹통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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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원격수업 시범운영 테스트

영상오류·기기부족 등 문제노출

실시간 쌍방향 수업 차질 불보듯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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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창에서 학생이 동영상 소리가 안 나온다네요. 선생님, 소리 공유 좀 해주세요.”

“여러분들(학생들) 소리가 다 들립니다. 사생활이 공개될 수도 있으니 음소거 신경 써주세요.”

30일 오전10시 서울 동대문구에 있는 휘봉고 4층 교실. 서울시교육청이 지정한 원격수업 시범 운영 학교 중 하나인 이 학교에서는 역사와 체육을 융합한 쌍방향 온라인 수업을 준비 중인 조현서 교사(역사)와 최경호 교사(체육)가 학생들의 ‘온라인 등교’ 상황을 대형 모니터로 확인하고 있었다. 10시4분쯤 94명의 학생이 수업에 접속했지만 여러 카메라 화면으로 구성된 대형 모니터에는 학생 얼굴 없이 ‘오디오 연결 중’이라는 연결 화면만 나오는 경우도 있었다. 수업은 원래 10시부터 40분간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학생들 출결 상황 파악만으로 시간이 허비되자 교사들은 나중에라도 강의 내용을 볼 수 있다면서 서둘러 수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수업이 시작되자마자 댓글창에는 동영상 소리가 안 나온다는 학생의 글이 올라오는 등 차질이 빚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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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당국이 다음달 6일 전국 학교 온라인 개학 가능성을 대비해 서둘러 온라인 수업 시범 운영 학교를 선정하면서 일선 학교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 25일 교육청에서 시범학교 운영 공문을 받고 26일부터 이날까지 닷새 만에 온라인 시스템을 갖추느라 현장 혼란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수업 시범 운영 학교들은 이날 테스트를 거쳐 31일부터 정식 수업에 들어가지만 교사들의 온라인 수업 제작 경험 부족, 온라인 학습기기 부족 문제 등이 걸림돌이 되고 있다.

특히 교육부는 현장수업과 비슷한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권장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이러한 형태의 수업이 외면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온라인 화상회의 프로그램인 줌(ZOOM)이나 구글 클래스룸을 활용하면 교사와 학생이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다고 보지만 실제로는 학생 다수의 학습상황을 점검하기 어렵고 교사들의 개인신상이 노출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휘봉고가 현재 운영 중인 쌍방향 수업은 단 1개뿐이다. 이 학교가 교내 교사들에게 희망하는 온라인 수업 형태를 설문한 결과 80% 정도가 EBS 온라인클래스라고 답했고 쌍방향 수업은 5%에 그쳤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주 학교에 배포한 원격수업 운영 기준안에서 원격수업 운영 방식을 △실시간 쌍방향 수업 △콘텐츠 활용 중심 수업 △과제 수행 중심 수업 △교육감·학교장이 인정하는 수업 등 네 가지로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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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학생들이 늘었지만 온라인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전자기기를 갖추지 못한 학생들도 있어 교육현장에 혼란을 주고 있다. 휘봉고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학생들은 31일부터 원격교육 참여가 어려운 이유로 ‘가정에 컴퓨터는 한 대뿐인데 형제가 있어서 수업을 듣기가 어렵다’ ‘스마트폰 데이터 용량이 부족하다’는 점을 들었다.

이처럼 학교 혼란이 가중되고 있지만 정부는 초중고 전체 온라인 개학이나 고교 등 일부 온라인 개학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부는 개학 예정일로 발표한 4월6일에 초중고를 온라인으로 개학할지, 고3이나 고등학교 일부 학년·학교급만 등교를 시작하고 나머지는 온라인으로 수업할지 등을 최종 논의해 31일 발표한다. 김찬기 휘봉고 교감은 “시간이 더 필요한데 모든 일을 불과 며칠 만에 해야 하기 때문에 선생님들이 많이 힘들어한다”면서 “향후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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