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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fn사설] 긴급지원금 100만원, 재정 흥청망청 아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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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예산 구조조정으로 마련"
국채 발행은 최악 시나리오


정부가 소득하위 70% 가구에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씩 긴급재난지원금을 주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3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이렇게 결정했다. 정부안과 더불어민주당안을 절충한 모양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를 미증유의 비상경제시국으로 규정하고 전례 없는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긴급재난지원금은 전례 없는 일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지친 국민에게 100만원은 위로가 될 수 있다. 소비진작 측면에서도 지원금은 분명 플러스다.

문제는 재원이다. 소득하위 70%는 1400만가구에 이른다. 지원금 지급이 한번에 그쳐도 9조원가량 들 것으로 보인다. 이미 재정은 터지기 일보직전이다. 올해 재정은 그 자체로 슈퍼예산(512조원)인데 그 위에 추가경정예산(11조7000억원)까지 얹었다. 지원금을 주려면 2차 추경을 짜야 한다. 1차 추경 탓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심리적 마지노선인 40%를 넘겼다. 2차 추경을 또 국채로 충당하면 문재인정부는 재정건전성 평가에서 낙제점을 면키 힘들다.

문 대통령도 이 점이 마음에 걸린 듯하다. 그래서 "재정여력 비축과 신속한 여야 합의를 위해 재원 대부분을 뼈를 깎는 정부예산 구조조정으로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로만 된다면 재정건전성을 크게 훼손하지 않으면서 돈을 마련할 수 있을 것 같다. 주목되는 것은 지난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새해(2021년) 예산안 편성 지침이다. 기재부는 고강도 지출 구조조정을 예고했다. 재량지출의 10%를 의무적으로 줄이고, 관행적인 보조금·출연금을 대대적으로 정비한다는 내용이다. 기재부가 이 지침을 올해 예산에 소급적용할지 주목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미 국회를 통과한 올해 예산안에 손을 대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30일 "대통령이 헌법에 보장된 긴급재정명령권을 동원하면 예산 조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제1 야당이 낸 제안인 만큼 예산 구조조정에 진척이 없으면 문 대통령이 이를 차선책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본다.

이도저도 안 되면 결국 적자국채 발행인데 가장 나쁜 시나리오다. 벌써 여당에선 지원금이 1차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그때마다 국채를 찍으면 나라 재정은 엉망이 된다. 문 대통령은 2차 추경안이 총선 뒤 4월 중 국회에서 처리되길 희망한다는 뜻을 밝혔다. 야당과 협력해서 적자국채 발행을 최소화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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