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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ET단상]'퍼펙트 스톰' 맞은 항공운송업계, 과감한 정부 지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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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코로나19로 인해 대한민국과 세계 경제가 '퍼펙트 스톰'을 맞았다. 퍼펙트 스톰은 두 가지 이상의 악재가 동시에 발생하는 금융·경제 위기 현상을 일컫는 경제 용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견한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가 언급해서 화제가 된 개념이다.

퍼펙트 스톰은 대한민국 항공운송업계에 직격탄으로 다가왔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직항 노선이 개설된 45개국 가운데 21개국이 셧다운됐고, 이달 둘째 주 항공여객은 13만8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66만명) 대비 약 91.7%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항공사 매출 피해액은 최소 6조3000억원이 예상된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할 경우 항공사 도산과 국제항공 네트워크 붕괴까지 우려되는 실정이다. 심지어 세계 최대 항공컨설팅 전문 업체 CAPA는 “특단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 한 5월까지 대부분의 항공사가 파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도 항공사가 위기에서 살아남으려면 최대 2000억달러의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보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17일 저비용항공사(LCC) 대상으로 3000억원의 대출을 지원했고, 3개월 동안 공항시설 사용료 납부를 유예하는 등 방안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후 1개월 만인 지난 17일 KDB산업은행은 위기에 직면한 3개사에만 400억원 지원을 완료했다. 정부는 또 운수권·슬롯(시간당 비행기 운항 가능 횟수) 회수 전면 유예, 공항시설사용료 감면 확대 등을 담은 207억원 규모의 긴급 지원 추가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됨에 따라 이 또한 단기성 미봉책에 불과할 수 있다. 항공사 '생존'을 위해선 자금 지원 확대 등 과감한 지원책이 절실하다. 정부는 국내 LCC의 유동성 위기를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대형항공사(FSC)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지원책은 어느 것 하나 언급하지 않았다. 최근 주요 신용평가사들은 대한항공의 신용등급 전망을 BBB+(안정)에서 BBB(부정)으로 조정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카드사에 항공권 취소 대금을 돌려주지 못하고 있다. 취소 대금은 약 500억원으로 추정된다.

국토교통부는 1월 23일~2월 4일 2주 동안 약 3000억원 규모의 항공권 환불이 이뤄질 것으로 추정했다. 1월 말~2월 초는 중국과 동남아 일부 노선만 중단·감편됐을 시기였다. 현재는 유럽·미국행 노선 중단과 티켓 환불이 이뤄지고 있어 취소 대금이 3000억원의 2~3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의 항공업 지원 정책은 해외 정부와 비교하면 매우 미흡하다. 아메리칸항공, 유나이티드항공 등 FSC를 회원사로 둔 미국항공운송협회는 미국 정부에 보조금과 대출 등을 통한 500억달러(약 62조원) 규모의 지원을 요구했다. 실제 미국은 항공업계를 이번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자금을 즉각 투입하기로 했다. 독일 정부는 루프트한자 등 자국 FSC를 무제한 대출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고, 프랑스 역시 에어프랑스 같은 FSC에 대한 무조건 지원 입장을 밝혔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항공운송 산업에 투입된 자금은 400억원에 불과하다. 세계 각국 정부들이 자국 항공사에 대해 긴급 수혈을 하는 이유는 항공운송 산업을 국가 경제에서 비중이 큰 '국가기간산업'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항공운송 산업은 다양한 유형의 중소기업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만약 항공사가 유동성 위기를 맞으면 공항 조업사와 기내청소, 카운터 수속 업무 등을 담당하는 협력사에도 영향을 미친다. 항공사가 이들 업체에 체불하게 된다면 우리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은 클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마무리된 이후 일어날 최악의 시나리오를 그려 본다면 자금난과 유동성 위기로 인한 국내 항공사 도산이다. 빈 자리는 각국의 정부로부터 긴급 자금 지원을 받은 외항사가 메꾸게 된다. 대한민국 항공운송업의 암울한 미래를 피하려면 지금이라도 우리 정부의 지원 정책이 적극, 즉각 이뤄져야 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 yhwang@sejo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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