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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Business Inside] 책임경영 나선 정의선, 승계는 암중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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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이 현대차 이사회 의장직에 올랐다. 현대차는 지난 3월 19일 주주총회 직후 열린 이사회에서 정 수석부회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고 이원희 현대차 사장, 하원태 현대차 사장 등 3인 각자 대표이사 체제를 구성하기로 했다. 이로써 정 수석부회장은 2011년 3월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된 지 9년 만에 이사회 의장이 됐다. 애초 업계에선 이원희 사장이나 사외이사 중 한 명이 의장을 맡을 수 있다는 말이 돌았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로 인한 경영환경 악화가 정 수석부회장의 결심을 굳힌 계기가 됐다는 후문이다. 이로써 정 수석부회장은 아버지 정몽구 회장이 21년간 맡아오던 현대차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직을 모두 물려받게 됐다. 아버지가 ‘품질경영’을 내세우며 현대·기아차를 글로벌 5위 완성차 업체로 키워냈다면 정 수석부회장은 ‘전동화’와 ‘모빌리티 서비스’를 내세워 새로운 변화를 이끌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업계 일각에선 완전한 세대교체를 논하기도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 수석부회장이 현대차그룹의 CEO로 공식화된 것”이라며 “그동안 고령의 정몽구 회장을 대신해 그룹 경영을 진두지휘해 왔고, 이번 의장 선임으로 경영권 승계구도도 완성된 셈”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현대차 측은 “이사회 의장과 경영권을 동일시하는 건 전혀 근거 없는 해석”이라고 선을 그었다. 의장의 권한은 이사회 소집과 의사진행일 뿐 나머지 이사회 구성원과 다른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정몽구 회장이 여전히 경영활동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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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의 한 관계자는 “정 회장이 여전히 일정 기간 출근해 그룹의 주요 현안과 주요 인사를 보고 받고 결정하고 있다”며 “수석부회장으로 그룹 경영을 총괄하고 있는 것이지 회장으로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은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전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존폐까지 위협하는 상황에 경영공백을 없애고 책임경영을 강화한 것일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월 정 회장이 이사회 의장과 사내이사에서 물러난다고 공시하며 “정몽구 회장이 등기임원에서 물러날 뿐, 회장직을 유지하며 경영 일선에 계속 남아있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한 업계 전문가는 “국내 대기업 중 오너가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곳은 LG(구광모 회장)와 GS(허태수 회장) 정도”라며 “어려운 경영환경에 오너가 직접 이사회 의장을 맡아 책임경영에 나선 건 박수 받을 일”이라고 전제한 뒤 “하지만 책임경영과 경영권 승계가 별개라는 건 또 다른 억측을 낳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안재형 기자]

[본 기사는 매경LUXMEN 제115호 (2020년 4월)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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