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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김광일의 입] “손석희 없어지길 바라는 세력 1위가 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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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 사장이 jtbc로 옮긴 것은 7년 전이다. 2013년5월 jtbc로 첫 출근을 한 손석희 사장은 한 시사주간지와 인터뷰를 했다. 이런 질문이 있었다. "중앙일보 계열의 jtbc에서 삼성에 대한 보도를 어떻게 할 생각인가?" 손 사장의 답변은 이랬다. "팩트를 놓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문제가 있다면 보도하겠다." 그 다음 달인 2013년6월 jtbc 시사 프로 ‘썰전’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자녀가 영훈 국제중학교 입학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내용을 자세히 토론했다. 그러자 한 언론보도 전문 매체는 이런 말을 인용했다. "만약 jtbc 사장이 손석희가 아니라면 지금과 같은 보도와 프로그램이 가능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jtbc가 삼성 오너 가족을 비판한 것은 ‘손석희 효과’라는 식으로 제목을 뽑았다.

2013년9월 손석희의 jtbc ‘뉴스9’은 삼성 반도체 근로자들의 직업병 논란을 다루기도 했다. 그 다음 달인 2013년10월 손석희의 9시 뉴스는 당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입수했다는 삼성그룹의 노조 와해 문건을 헤드라인 뉴스로 단독 보도했다. 그러자 당시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트위터에 "이례적으로 여겨지지만 언론이 본연의 역할을 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고 했다. 당시 조국 서울대 교수도 "손석희의 jtbc 뉴스9이 삼성 백혈병 문제에 이어 삼성의 노조 무력화 문건 보도. 공영방송 KBS, MBC는 도대체 뭘 하는지??"라고 하면서 손석희 사장을 높게 평가했다. 그러나 당시 뉴스9 시청률은 0%대와 1%대를 오가며 지지부진했다.

2013년11월 손석희 사장은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했다. 손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삼성 보도 이후 압력은 전혀 없었다." "삼성 관련 보도 이후 저에게 전달된 내용은 없었다." "정기 회의에서 홍석현 회장을 만난 적도 있지만 아무 말도 없었다." 그 이후에도 좌파 매체들은 손석희 사장을 높게 평가하는 보도를 쏟아냈다. 그러나 손 사장 본인은 삼성 관련 보도에 대해 어떤 외압도 없었다고 확인했던 것이다.

이렇게 과거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손석희 사장과 삼성의 관계를 짐작하기 위한 것이다. 법적인 관계, 금전적 관계는 없다고 봐야 하겠지만, 적어도 ‘심정적인 관계’는 있을 수도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1년 전인 2019년2월 손석희 사장의 과천 주차장 뺑소니 의혹 사건, 동승자 의혹 등등이 세간에 큰 화제가 되고 있을 때였다. tbs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진행하는 김어준씨가 이런 주장을 했다. "손석희 사건의 본질은 누군가 걸림돌이 되는 손을 제거하려는 것(이다)" "동승자가 있냐 없냐, 뺑소니냐 아니냐, 폭행이냐 아니냐는 다 곁가지(다)" "손석희가 없어지길 바라는 세력이 너무 많다. 그중 1위는 삼성(이다)."

여러분은 어떻게 들으셨는가. ‘손석희가 없어지길 바라는 세력 중 1위가 삼성’이라는 말이 부분적으로 일리가 있다고 보시는가, 턱도 없는 막말이라고 보시는가. 김어준씨는 계속 이렇게 말했다. "삼성의 아킬레스건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다. 이 사건은 계열사 중 하나가 곤경에 처한 게 아니라 이재용 삼성 승계와 직접 연결되며 이재용이 다시 감옥에 갈 수도 있는 사건이다. 그런데 영향력·신뢰도 1위 jtbc가 이 사건을 다루며 굉장히 곤혹스러울 것(이다)" "손석희 사이즈 정도면 마음대로 없앨 수 없다." 김어준씨의 주장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삼성에서 볼 때 손석희는 눈엣가시 같겠으나 마음대로 없앨 수는 없을 것이라고 한 것이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이제 손석희 사장은 뉴스 진행자 자리에서 물러났고, 손 사장의 과천 주차장 사건도 국민들의 관심에서 멀어진 지 한참 지났다. 그런데 성 착취물을 만든 흉악 패륜 범인 조주빈의 입에서 느닷없이 ‘손석희’라는 이름이 튀어나온 것이다. 그날 바로 jtbc는 회사 이름으로 해명하는 입장문을 냈고, 그래도 의문이 풀리지 않자 손사장이 회사 안에서 기자들 몇몇을 만나 조주빈과의 일을 직접 해명했다고 한다. 그 자리에서 손 사장은 "(폭행과 공갈협박 등으로 쌍방 기소가 돼 있는) 김웅씨의 배후에 삼성이 있다는 말을 믿었다"고 했다.

그 말을 믿었기에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고, 또 조주빈에게 상당한 액수의 돈까지 부쳤다는 것이다. 그 말을 하면서 손 사장은 이런 말까지 했다고 한다. "과거 삼성 미래전략실에서 자신을 뒷조사한 일이 있다." "(김웅 씨의) 뒤에 삼성이 있다는 데 생각이 미치자 신고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이 서지 않았다." 그러나 많은 시청자들께서는 이 말은 거꾸로 돼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만약 손 사장이 김웅 씨의 배후에 삼성이 있고 믿었다면 열 번이고 백번이고 신고를 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정작 조주빈도 조사 과정에서 이렇게 진술했다. "내가 삼성 운운한 것은 맞지만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 정말 희대의 공갈협박범이자 패륜범이 한 말을 믿어야 할지 명색이 언론사 사장이라는 사람의 말을 믿어야 할지 우리가 헷갈리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삼성은 공식 입장을 내지는 않았다. 공식 대응을 할 값어치도 없다고 본 것이다. 다만 내부 상황을 간접 취재한 바에 따르면 "황당하다"는 분위기라고 한다. 삼성 배후설 자체가 사실무근일 뿐만 아니라 손 사장이 삼성 미래전략실의 ‘뒷조사’라는 것을 언급한 시점도 이미 미래전략실이 해체된 이후였다는 것이다. 또 삼성 관계자는 "진짜로 삼성이 배후이고 협박도 당했다면 손 사장이 신고는 물론이고, 보도까지 했을 것"이라고 했다.

김웅 씨도 "삼성이 배후에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내가 삼성의 사주를 받았다면 심각한 문제다. 그런데도 손 사장이 신고를 안 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김웅 씨는 또 작년 12월 조주빈과 나눈 텔레그램 메시지라며 일부를 공개했는데, "(조주빈이 주장하기를) ‘2017년4월 과천 교회 옆 주차장에서 손 사장의 차 안에 젊은 여성과 아이가 있었다. 여성은 누구나 다 알 만 한 사람’이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런 조주빈의 주장이 사실일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나무’를 얘기했으니 이제 우리는 ‘숲’을 말해야 한다. 이번 사태의 핵심 본질은 무엇일까, 하는 점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은 국가와 국민이 일찍이 경험하지 못했던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자연인 손석희 개인이 사기를 당했던 말건, 3년 전에 ‘뺑소니’를 했건 말건, 밤늦은 시각 그 자동차의 옆자리에 누가 타고 있었던 말건, 본질적으로 우리의 관심은 아니다. 사태의 본질은 명색이 언론사 대표라는 사람이 이런 상황에서 크게 물의를 일으키고 있으며 언론계는 물론 국민들께 심려를 끼치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자질구레한 시시비비는 검찰 수사와 재판에서 가려질 일이고, 그에 앞서 이번 사태를 잠재우는 핵심 관건은 그가 언론사 대표 자리에서 내려오는 것이다. 내놓으면 내놓을수록 앞뒤가 꼬이는 해명으로 감당 못하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는 점, 그것이 가장 큰 잘못이라는 점을 손 사장은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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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김광일 논설위원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유튜브 ‘김광일의 입’, 상단 화면을 눌러 감상하십시오.

[김광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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