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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경주 황룡사 동쪽은 승려가 수행하던 독거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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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황룡사 동회랑 동편 발굴 조사 모습.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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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시대 몽골군 침입 때 불에 타 지금은 터만 남은 신라 최대 규모의 절 황룡사. 이 사찰의 공간 구조를 분석한 두 번째 조사 보고서가 35년 만에 발간됐다. 동쪽 회랑(回廊) 외곽이 수행 승려가 홀로 머물거나 의례를 진행하는 공간이었을 거라는 연구 결과가 담겼다.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경주 황룡사 터(사적 제6호) 동회랑 동쪽 발굴 조사 결과를 담은 ‘황룡사 발굴조사보고서Ⅱ-동회랑 동편지구’를 발간했다고 30일 밝혔다.

연구소의 황룡사 조사 보고서 발간은 금당(金堂ㆍ본존불을 모신 본당)과 목탑, 강당, 종루(鐘樓ㆍ종을 매단 누각), 경루(經樓ㆍ불경을 보관하는 누각) 등 회랑 안쪽 사찰 중심부의 유구(遺構ㆍ건물의 자취)와 출토 유물이 소개된 첫 번째 보고서가 1984년 발간된 지 35년여 만이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황룡사는 1976~83년 8차례에 걸쳐 조사됐는데, 이번 보고서에서는 1981년 6차, 1983년 8차 조사 때 발굴된 동회랑 동편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보고서의 조사 구역인 동회랑 동편은 남북 담장을 따라 구획된 공간으로, 면적은 약 4,300㎡이고, 다시 크고 작은 담장으로 나뉜 7개의 공간으로 구성된다. 각각의 독립된 공간 내부에서는 건물터 1~3개가 확인됐고 그 주변에서 기와나 토기 같은 유물이 다량 발굴됐다.

보고서가 유구와 출토 유물, 당시 중국 사원 건축 양식 등을 분석해 최종 추정한 공간의 용도는 수행이나 의례다. 보고서는 “동회랑 동편 공간 중 1~4구역은 사면이 담장에 둘러싸여 폐쇄적”이라며 “여기서 90여점에 이르는 등잔과 벼루, 중국제 청자 그릇이 나왔다는 점에서 개방적 공공 시설이라기보다는 고승들이 수행이나 수양을 위해 독거하는 공간이나 중국 당대 사원에서 볼 수 있는 각종 의례 공간이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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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보고서에 수록된 황룡사 발굴 조사 조사원 야장(조사 내용을 기록한 수첩).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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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보고서에는 조사 결과를 고찰한 논고와 유구 사진, 건물 배치 및 유물 정보뿐 아니라 40년 전 조사원들이 작성한 야장(野帳ㆍ발굴 현장에서 조사 내용 등을 기록한 수첩), 일지, 도면, 사진 자료 등도 수록됐다.

앞으로 연구소는 강당 북편 조사 내용을 담은 조사 보고서를 추가로 간행하는 한편, 2018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서쪽 회랑 서편 발굴 조사 결과도 되는대로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보고서 전자책 파일은 경주문화재연구소 누리집(http://www.nrich.go.kr/gyeongju)에서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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