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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당정 "더 늘려라"-"안된다" 팽팽…문대통령, '절충선 70%' 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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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코로나19 확장세에 '중산층 무너지면 안 된다' 판단이 영향

김상조도 보수적 접근…전날 당정청 회의, 고성 오가며 격론 이어져

당정청 간 이견 속 문 대통령, 치열한 고민 끝 접점 찾은 안 선택

연합뉴스

비상경제회의 발언하는 문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코로나19 관련 제3차 비상경제회의를 하고 있다. 2020.3.30 xyz@yna.co.kr



(서울=연합뉴스) 설승은 박경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전체 가구의 70%에 100만원(4인 가구 기준)을 지급하는 안이 결정되기까지는 당정청의 치열한 고민과 문재인 대통령의 결단이 있었다.

애초 문 대통령의 지원 방안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타격에 특히 취약한 계층을 선별적으로 돕는 쪽으로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7일에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가장 힘든 사람들에게 먼저 힘이 돼야 한다"고 말했고 19일에 열린 첫 비상경제회의에서도 "조속한 시일 내 실효성 있는 취약계층 지원방안이 논의되도록 준비해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런 기조에 본격적인 변화가 생긴 것은 지난 24일에 열린 2차 비상경제회의를 전후한 시점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3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2차 회의를 전후해 세계의 코로나19 상황이 엄중하졌고 금융시장도 요동쳐서 취약계층뿐만 아니라 그 위 계층의 피해도 우려되는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실제로 2차 비상경제회의 당시 "3차 회의에서는 실효성 있는 생계지원방안에 대해 재정 소요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속한 결론을 내릴 수 있게 준비해 달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이 있기 전에도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현금성 지원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요구가 많았던 만큼 기획재정부는 가능한 안을 사전에 검토했다.

청와대 역시 ▲ 국내외 경제상황 ▲ 국민 수용도 ▲ 지방자치단체의 노력 등을 기준으로 삼아 종합적인 검토를 진행해 왔다.

이 과정에서 코로나19에 따른 세계 경제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경제 침체로 중산층이 입을 타격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서자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결국 지원 대상의 범위를 넓히는 방안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금성 지원을 하기로 결심한 것은 지난 주말 사이인 것 같다"고 전했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니었던 만큼 '재난기본소득'이 아닌 '긴급재난지원금'의 개념을 잡은 뒤로는 지원 대상과 범위 등을 확정하기까지 당청과 기재부 간 치열한 토론이 있었다.

특히 여당은 국민의 절반가량이 수혜 대상이 되는 방향의 설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중산층까지 최소 2천500만명에 1인당 50만원을 주면 13조원이 소요되는 안이었다.

기재부는 중위소득 100% 이하 가구에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씩을 상품권이나 체크카드 등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총 5조∼6조원이 필요했다.

3차 비상경제회의가 열리기 하루 전인 29일 오후에 열린 비공개 고위당정청회의에서는 고성이 오가는 격론이 벌어졌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여당 측의 한 참석자는 "기업도 어렵고 한데 나라가 급할 때 지원해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기재부 입장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정부 측은 세계 경제가 더 어려워져 더 많은 재정을 투입해야 할 수도 있는데 여당의 안을 받아들이면 나중에 여력이 없다는 논리로 버틴 것으로 전해졌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역시 기재부 측과 의견을 같이했다는 게 정부 관계자의 전언이다.

긴급재난지원금 수혜 대상을 소득 하위 80%까지 하자는 여당과 소득 하위 50%까지 해야 한다는 홍 부총리 등의 의견이 맞선 가운데 당정청은 소득 하위 70%에서 접점을 찾았다.

당정청회의 후 문 대통령에게는 현금성 지원 범위를 소득 하위 50%·70%·80%까지 하는 안과 전 국민에게 지원하는 안까지 총 4개의 선택지가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문 대통령은 재정건전성을 중시하며 선별지원을 주장해온 기재부의 원칙론을 받아들이면서 지원 대상을 확대하자는 여당의 주장도 수용하며 결국 절충선인 '70%'를 택했다.

막판까지 이견이 있었으나 당정청이 머리를 맞대고 치열하게 토론해 접점을 찾은 안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본 것이다.

kj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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