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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대구 정신병원 전수조사한 방역당국, 환자들 외부인 접촉 가능성은 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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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병동 감염 우려 지적에도

병원 종사자 1000여명만 검사

제2미주병원 집단감염 못 막아

대구시와 방역당국이 정신병원에 대한 코로나19 전수조사에서 환자의 외부 접촉 가능성을 살피지 않은 채 종사자들만 검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대 집단감염 사례인 경북 청도대남병원보다 제2미주병원에서 확진자가 더 많이 발생하면서 방역당국의 허술한 검사 방식이 병원 내 집단감염을 막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신병원 환자 수천명에 대한 진단검사가 진행되고 있어 확진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30일 대구시와 감염병관리지원단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방역당국은 지난 26일까지 대구 지역 23곳의 정신병원에서 입원자들은 빼고 종사자 1000여명만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했다.

제2미주병원은 같은 건물 대실요양병원에서 지난 18일부터 확진자가 쏟아지자 21일 종사자 72명에 대한 검사를 했고, 전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후 26일 환자 가운데 첫 확진자가 나왔으며, 종사자 중에서도 재검진에서 양성 판정을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앞서 대구시는 정신병원 종사자에 대한 전수조사 계획을 내놓으며 환자 감염 우려 등 특이사항이 발견될 경우 환자 등도 조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종사자 진단검사를 실시하면서 각 정신병원 환자의 면회객이나 외부치료 기록, 입·퇴원 환자, 입·퇴사 직원 명단 등은 파악하지 않았다. 보건당국은 환자의 외부 접촉 가능성은 확인하지 않고 각 병원으로부터 유증상 환자 여부 등만 구두로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코로나19 확산 초기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온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 환자들은 첫 확진자 발생 6일 전까지 치료 등을 위해 25차례나 외부와 접촉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사태 초기 병원 측은 환자들이 외부와 접촉한 적이 없다고 방역당국을 속였다.

경북도에 따르면 대남병원에서는 현재까지 확진자 115명이 발생해 9명(직원 1명 포함)이 숨졌다. 대구시가 정신병원 종사자 검사 방침을 발표할 당시에도 대남병원 사례와 같이 폐쇄병동 환자들의 감염 우려가 지적됐지만, ‘방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는 실수를 반복하면서 또 다른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한 것이다.

제2미주병원에서는 30일 현재 환자 53명과 직원 5명 등 58명이 추가로 양성 판정을 받아 확진자 수가 133명으로 증가했다. 같은 건물을 쓰는 대실요양병원 확진자(91명)를 포함하면 한 건물에서만 224명의 확진자가 나왔다. 이는 청도대남병원보다 많은 것이다.

역학당국은 제2미주병원의 폐쇄회로(CC)TV와 환자, 면회자 등 출입자 명단 등을 확보해 분석작업을 벌이고 있다. 또한 대구시는 지난 28일부터 전수조사를 마친 7곳을 제외한 정신병원 16곳의 환자 2300여명을 대상으로 진단검사를 시행 중이다.

김종연 대구시 감염병관리지원단 부단장은 “비말로 인한 전파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진료기록 등을 토대로 감염 경로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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