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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장은수의이책만은꼭]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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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 즐기도록 교육의 무게중심 이동 / 디지털 환경에 맞춰 교육 혁신할 기회로

세계일보

대학 다니는 아들딸이 제 노트북으로 수업을 들은 지 세 주가 되었다. 감염병 추세로 보아선 초중고도 일단 사이버 수업을 진행할 듯하다. 학생 전체가 한 학기 내내 온라인 학습을 할지도 모른다. 만약에 그렇다면, 이는 현재의 교육체계를 충격할 필연적 질문들을 남길 것이다.

온라인 학습만으로 교육이 가능하다면 학교는 도대체 왜 필요한가. 비대면 교육에서 교사의 역할은 무엇인가. 온라인 강의에서 어떻게 가르쳐야 학습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가. 시험은 오픈북일 수밖에 없는데, 무엇을 질문하고 어떻게 평가하며 무엇으로 부정은 방지할까. 더 중요한 질문도 있다. 아이들이 우애를 이룩하고 연대를 경험할 기회를 대규모로 상실하면, 아이들 인생이나 사회 전체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공부의 미래’(어크로스)는 이 질문에 답하는 좋은 길잡이 책이다. 이 책에 따르면, 오늘날 아이들은 휴대전화를 손에 들고 태어난다.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정보에 검색해 얻을 수 있는 환경은 아이들 공부 방법을 철저히 바꾼다. 사실을 찾아내는 ‘인출’이나 사실을 기억하는 ‘암기’보다 사실을 활용하는 ‘이해’가 중요해진다. 정보 기술은 “인간의 지적 능력을 증강”함으로써 “사실의 인출은 쉽게 만들고, 암기는 쓸모없게 만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왜’를 가르쳐 학생의 내적 동기를 자극함으로써 창조를 즐기게 하도록 교육의 무게중심이 옮겨 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학교는 아직 20세기 중반의 아날로그 환경을 벗어나지 못한 채 정해진 학습 자료를 암기하고 표준 시험을 치르는 형태에 머물러 있다. 학습 공간도 ‘모닥불 형’이다. 불가에 둘러앉아 원로들 이야기를 들었던 원시 시대처럼, 교사는 말하고 학생은 듣는 식으로 공부한다. 개별 학생이 아니라 교실 전체를 가르치므로 일단 뒤처지면 학습을 포기하기에 십상이다.

강의를 비디오로 찍어 유튜브 등에 올리거나 줌 등으로 실시간 강의해도 디지털 시대 교육에는 미달이다. 핵심은 ‘개별화’에 있다. 같은 학년이라도 학생마다 선호와 수준에 맞춤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다. 모두 한 걸음씩보다 각자 춤추게 돕는다.

학습 공간도 바뀐다. 동아리방 등에서 다양한 학생이 만나 정보를 공유하는 걸 장려하고, 도서관 등에서 “혼자 정보를 조사하고 검토하고 되새기”면서 “외부의 정보를 내부의 이해”로 바꾸도록 만들며, “이미 있는 것을 또 만드느라 시간을 낭비”하는 대신 메이커 공간 등에서 현실적 ‘도전 과제’를 해결함으로써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도록 한다.

교사 역할 역시 달라진다. 교사는 지식 전달의 주체가 아니라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의 잠재력을 끌어내고 창조성을 실현하는 ‘학습 조력자’로 바뀐다. 교사당 학생 수가 많으면, 이 일은 불가능하다. 저자에 따르면, 디지털 시대의 교육에서는 학급 규모가 큰 게 가장 해롭다.

모든 것에 앞서 해결할 것이 있다. ‘접근성’ 문제다. 저자는 가난이 교육을 방해하지 못하게 사회가 책임질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지금 우리 상황이라면, 초중고 학생한테 태블릿을 무상 지급해 빈부 격차가 교육 기회를 박탈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운명을 피할 수 없다면, 사랑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 탓에 온라인 학습이 불가피하다면, 이것을 최첨단 디지털 환경에 맞춰 교육을 혁신할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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