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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설왕설래] 코로나 진단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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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모든 질병에는 원인이 있다. 정확한 진단이 이뤄져야 선제 대응이 가능하다. 코로나19 치료제가 머지않아 나오겠지만, 현재로선 확산을 막는 지름길은 신속하고 정확한 진단뿐이다. 코로나19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진 상황에서 한국산 진단키트가 ‘글로벌 스타’로 떠올랐다. 현재 한국산 진단키트 등 방역물품 수출이나 인도적 지원을 정부 차원에서 요청한 국가는 미국 등 81개국이다. 민간 영역까지 더하면 117개국에 이른다. 심지어 이스라엘은 정보기관 모사드까지 동원해 한국 등으로부터 10만명분의 진단키트를 조달했다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 진단키트 수요가 폭증하면서 중국산 불량품까지 판친다. 필리핀은 중국이 기증한 진단키트 제품의 정확도가 40%에 불과해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스페인에서도 중국산 진단키트의 정확도가 30%에도 못 미치자 사용 중단 명령을 내렸다. 일부 국가에서는 진단키트 제품에 ‘메이드 인 코리아’를 넣어 달라고 주문하고 나섰다. 정치적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수출용 진단키트 이름을 ‘독도’로 지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32만명을 넘었다.

씨젠, 젠바디 등 10여 곳의 국내 진단키트 생산업체가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1월 코스닥 시가총액 40위권에 머물던 씨젠이 한때 3위까지 올랐을 정도다. 국내 바이오 벤처업체들은 어려운 기업환경에서도 기술 개발에 매진해왔다. 지난 1월 중국 우한에서 바이러스가 번지자 발 빠르게 진단키트 개발에 착수했다.

한국산 진단키트 성공의 또 다른 공로자가 ‘긴급승인제도’라는 탈규제 정책이라는 건 아이러니다. 2016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처음 도입된 제도로, 긴급한 의료기기의 경우 한시적으로 허가 절차 없이 제조·판매할 수 있게 해 신속히 공급 루트를 열어줬다. 코로나19 사태는 기술·의학과 친기업 정책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지금 대한민국 간판스타는 헌신적 의료인과 진단키트 제조업체다. 코로나19와 더불어 K바이오의 위상도 높아졌다. 코로나19는 반드시 물러간다. 코로나19 확산의 원인 등을 놓고 소모적인 논란을 벌일 때가 아니다. 기업이 앞장서고, 정부가 적극 밀어줄 절호의 기회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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