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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경기전망 최악…대기업·중소기업 “올 4월은 더 잔인한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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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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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연, 4월 BSI 조사…59.3으로 ‘뚝’ 11년 만에 최저

운송업·여행 순 낮은 전망치…기업·소비자 거래 타격

“종식 불확실성에…2분기까지 진정 안되면 공황 상태”


가전제품을 만드는 ㄱ사는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이 본격화된 이달 2주차 이후 매출이 지난해 동기 대비 20~30% 줄었다. 결국 태국과 멕시코, 중국 생산공장의 가동률을 20~30%씩 낮췄다. 회사 관계자는 “마오리족은 기우제를 지내면 꼭 비가 온다고 한다. 비가 올 때까지 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처지가 딱 그렇다. 비올 때(코로나19 종식)까지 버티는 것 말고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사태로 국내 기업들이 체감하는 4월 경기 전망치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래 최저로 내려앉으며 ‘패닉’ 수준을 보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30일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 4월 전망치가 59.3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월(52.0) 이후 135개월 만에 최저치다. 또 지난달(84.4)보다 25.1포인트 하락하며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월(-28.0포인트)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업종별로는 자동차(44.2), 출판·기록물(46.2), 여행·오락서비스(50.0), 의류·신발 제조(50.0), 도·소매(52.2), 육상·항공 등 운송업(52.4) 순으로 낮은 전망치를 보였다.

이동제약으로 인한 소비위축과 전 세계 조업차질로 인한 공급 충격이 겹치면서 기업체감경기가 금융위기 때보다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BSI가 금융위기 당시는 5개월(2008년 9월~2009년 1월)에 걸쳐 46.3포인트 하락한 반면, 이번에는 2개월 만에 32.7포인트 급락하는 등 하강속도가 더 빠르다.

기업들은 이번 위기는 전염병이라는 비경제적인 원인 때문에 종식 시점이 불확실하다는 게 더욱 심각한 문제라고 우려한다. 한 업체 관계자는 “기업들 입장에서 반전이 가능한 시점은 가장 큰 시장인 미국의 확진자가 급감하거나, 치료제가 개발될 때”라고 예상했다. 이어 “현재로선 오는 5월 중순 내지 6월 초까지 사태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기류가 강하다”며 “코로나19가 올 2분기까지 진정이 안되면 경제는 공황 상태가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지금 두드러진 충격은 기업·소비자 간 거래인 B2C 쪽이다. 소비 위축이 길어져 결국 기업 간 거래(B2B)까지 여파가 전해지면 상황은 더 심각해질 수 있다. 한경연은 B2B 쪽 영향은 4월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정부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 충분한 유동성 공급과 함께 피해업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 대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중기 경기전망지수 17.9P ↓

60.6P 기록…통계 이래 최저


경기 지역에서 인쇄·판촉물 관련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ㄱ씨의 회사는 이달 매출이 60% 이상 급락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올 상반기 예정돼 있던 기업 및 단체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면서다. ㄱ씨는 “새로운 행사들도 언제 열릴지 몰라 신규 주문도 말라붙은 상황이라 향후가 더 걱정”이라며 “인건비 등 고정비가 있기 때문에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타격이 계속되면서 4월 중소기업들의 체감 경기전망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공장 가동률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는 13일부터 20일까지 중소기업 3150곳을 대상으로 ‘4월 중소기업경기전망조사’를 실시한 결과 4월 전 산업 경기전망지수(SBHI)가 60.6으로 전월 대비 17.9포인트, 전년 동기 대비 25.1포인트 하락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는 2014년 2월 전 산업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 역대 최저치다.

경기전망을 수치화한 SBHI는 100(보통)을 기준으로 수치가 이보다 높으면 경기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업체 비중이 높다는 뜻이고, 100보다 낮으면 그 반대를 뜻한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의 SBHI가 전월 대비 8포인트 하락한 71.6을 기록했다. 세부적으론 의료용 물질 및 의약품(96.3→68.3), 인쇄 및 기록 매체 복제업(74.8→53.8) 등 18개 업종이 전월 대비 SBHI가 하락했다. 자동차 및 트레일러, 기타 운송장비 등 4개 업종은 전월 대비 소폭 상승했다.

서비스업의 경우 전월 대비 24.2포인트 급락한 51.5를 기록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영향을 많이 받은 교육서비스업은 81.9에서 43.9로 전월 대비 38포인트 하락해 가장 낙폭이 컸다. 그 뒤를 예술·스포츠 및 여가관련서비스업(91.2→58.5), 수리 및 기타 개인서비스업(75.9→43.4) 등이 이었다.

기업의 월간 생산능력 대비 해당 기간의 실제 평균 생산 비율을 나타내는 ‘평균가동률’은 69.9%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8%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금융위기 때인 2009년 8월(69.1%) 이후 최저 수준이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으로 내수와 수출 부진이 중첩되면서 중소기업 체감 경기가 급격히 둔화됐다”고 말했다.

전병역·김지원 기자 deepdeep@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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