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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오연천의 내 인생의 책]②동방견문록 - 마르코 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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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 향하는 꿈

경향신문

근세 유럽인에게 수세기 동안 동방에 대한 호기심과 동경을 유발시킨 이 책은 우리에게 <동방견문록>으로 소개됐지만 원제는 <세계(Monde)에 대한 서술>이다.

13세기 후반 아시아의 문물과 자연·지리적 특성을 서술하고 있는 이 책은 마르코 폴로가 동방 여정을 마치고 귀국한 후 인접 제노바와의 전쟁에 나섰다가 투옥된 기간에 구술한 내용을 감옥에서 만난 루스티치아노가 정리했다는 것이 정설로 알려져 있다.

베네치아공화국의 마르코 폴로가 아버지와 함께 15세의 나이에 26년간 미지의 세계에서 겪고 관찰했던 내용의 상당 부분이 오늘날에도 생생하게 확인될 수 있을 정도로 사실적이라는 점에서 경이로움을 자아낸다.

그는 1269년 베네치아에서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육로로 중앙아시아를 관통해 중국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원나라 황제 쿠빌라이를 알현하고 17년간 관직을 맡으면서 축적했던 기억들은 아마도 15~16세기 대항해 시대 ‘지리상의 발견’과 아시아에 대한 동경의 씨앗이 되었으리라 상상할 수 있다.

마르코 폴로가 고향으로 돌아올 때 남중국해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그리고 말라카 해협을 거쳐 인도양을 통해 다시 호르무즈에 도달했던 이동 경로는 오늘날 세계 교역로의 중심축인 해상 실크로드와 유사하다는 점에서 그를 육상·해상 양방향으로 동아시아를 오고 간 최초의 ‘세계인’이라고 칭해도 될 것 같을 정도다.

이 책은 서구를 중심축으로 삼아 아시아와 여타 지역을 조망했고, 15세기 후반 이래 서구 열강의 ‘서세동점’ 제국주의 질서 형성과 맥이 닿을 수 있다는 한계를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미지의 세계에 대한 불굴의 의지와 동서교류에 대한 초인적 체험의 기록은 무역강국 한국의 젊은이들에게 ‘세계로 향하는 꿈’을 심어주는 데 밀알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오연천 | 울산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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