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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9 (월)

[2020 올해의 차] "완성도 높은 하체 제작 위해 좋은 부품에 걸맞는 플랫폼 개발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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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스펜션 개발 김제형 파트장

고급스러운 주행감 확보 위해

소비자들 의견 적극 반영해야

중앙일보

눈으로 볼 수 없는 승차감과 주행 성능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현대자동차 R&H 시험 2팀 김제형 파트장의 역할이다. [사진 오토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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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그랜저 하체에 점수를 매기면 95점 이상입니다.”

더 뉴 그랜저의 서스펜션을 개발한 김제형 파트장이 자평한 점수다. 실제로 신형 그랜저는 기존 대비 우수한 승차감을 확보하면서 주행 성능도 놓치지 않았다. 올해의 차 2차 심사에서도 “부족함 없는 세단” “안정적이다” “잘 다듬었다” “준대형차의 필요 충분 조건을 만족시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제형 파트장은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멀티링크 서스펜션 베테랑’으로 통한다. 현대 쏘나타, 그랜저를 비롯해 제네시스 1세대(BH) 등 고급차에 주로 장착되는 멀티링크 서스펜션 구조 개발을 전담했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차량 개발 컨셉이다. 어떤 목적을 갖고 개발되는지에 따라 하체의 성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6세대 그랜저(IG)와 부분변경 모델인 더 뉴 그랜저의 주행 성격이 달라진 이유다.

“그랜저 IG 개발 당시만 해도 상급 모델로 제네시스가 있었어요. 그래서 그랜저에 더 젊은 이미지를 불어넣으며 개발했고, 유럽형 자동차의 감각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제네시스 브랜드 독립에 따라 더 뉴 그랜저는 현대차의 플래그십(최상급) 모델로 위상이 바뀌었습니다. 때문에 고급스러운 주행감 확보에 중점을 두고 다시 개발했습니다.”

고급스러운 승차감을 만들기 위해 이 파트장은 ‘좋은 부품’에 많은 욕심을 낸다. 좋은 재료가 있어야 좋은 음식을 만들 수 있듯, 좋은 부품을 사용해야 자동차의 완성도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김 파트장은 “이번 그랜저에는 컨벤셔널 타입(주행모드 설정 없는 일반 형식) 쇼크 업소버(완충장치) 중에서는 가장 비싼 부품을 사용했다”며 자부심을 보였다.

자동차 회사는 좋은 자동차를 만들어내야 하지만 수익성도 생각해야 한다. 너무 비싼 부품만 사용해 자동차를 만들면 차 값도 비싸지고 수익성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중 멀티링크 서스펜션 방식은 특히 고가에 해당한다. 그럼에도 쏘나타와 그랜저에 더 저렴한 방식이 아닌 멀티링크 방식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김 파트장의 역할도 컸다.

그는 단순히 좋은 부품을 사용한 것만으로 모든 기능이 확 좋아지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좋은 부품을 잘 받아낼 수 있는 그릇이 필요한데, 이것이 바로 플랫폼이다. 좋은 플랫폼이 있어야 좋은 부품을 사용해서 최종적으로 좋은 자동차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김 파트장은 “플랫폼 개발에 집중하는 이유가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이며 현대차도 3세대 플랫폼을 내놓으면서 완성도를 높여 나가고 있다”며 “앞으로 나올 그랜저는 최신 플랫폼을 사용하기 때문에 더 좋아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달리기 성능과 연관된 역할을 하는 만큼 김제형 파트장은 핸들링 성능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자동차의 한계를 파악하고 어떻게 대처하는지 보는 것이 그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자사와 경쟁사의 장단점을 파악하기 위해 많은 차량을 직접 운전하고 분해 하며 경험을 쌓아왔다.

하지만 완성도 높은 하체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결국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는 것이 김제형 파트장의 생각이다.

“개인적인 성향은 중요하지 않아요. 소비자들이 목소리를 듣고 반영해야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습니다. 나쁜 평가도 모두 듣고 반영해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소비자들의 요구사항이 있었기에 현대 그랜저와 기아 K7의 주행 감각도 다르게 튜닝했다. 기아 K7이 편안함을 강조해 부드럽고 고급감을 느낄 수 있는 설정이 이뤄졌다면, 현대 그랜저는 조금 더 과감한 성격을 갖는다. 김 파트장은 “그랜저는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더 부드러워졌고, K7은 조금 단단하게 변해서 두 차량의 차이는 이전보다 좁혀졌다”고 설명했다.

R&H(Ride & Handling·주행성능)는 ‘정답이 없는 게임’이라는 게 김제형 파트장의 설명이다.

“자동차의 서스펜션을 개발하는 것이 마치 줄타기를 하는 것 같다”는 그는 자동차를 구매할 때 기대감을 갖는 소비자를 만족시키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중앙일보 COTY 공동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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