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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6시 내고향’ 7000회 장수 비결? “신라면처럼 시대 맞춰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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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아침마당’과 나란히 시작

“코로나 시름 농어촌에 도움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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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 내고향’에서 코로나19 여파로 고생하고 있는 딸기 농가를 찾은 배우 이정용. [사진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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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프로그램 ‘6시 내고향’이 30일 7000회를 맞았다. 1991년 5월 20일 ‘아침마당’과 나란히 첫 방송 한 이후 지난 30년 동안 매주 월~금 오후 6시 시청자들과 만난 결과다.

하지만 7000회를 축하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매년 이맘때쯤이면 제철 농산물을 자랑하는 축제가 열리고 ‘6시 내고향’이 농어촌 구석구석 그 현장에 있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모든 게 멈춰선 탓이다.

이에 ‘6시 내고향’ 제작진은 7000회 축하 행사 대신 ‘코로나19, 지금 제주는’ ‘코로나19 위기 속의 작은 영웅들’ ‘내고향 상생 장터, 함께 삽시다’ 등 새 코너들을 신설했다. 지역 방송국과 공동 제작하는 장점을 활용했다. 심하원 PD는 “재난·재해가 발생하면 농어촌부터 직격탄을 맞아서 태풍이나 산불이 났을 때도 큰 손실을 본 지역을 먼저 찾아가 일손을 돕고 실질적 도움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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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정연은 2010년부터 ‘시골길 따라 인생길 따라’ 코너에서 활약하고 있다. [사진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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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 반응도 뜨겁다. 2010년부터 ‘시골길 따라 인생길 따라’ 코너를 진행하는 가수 김정연이 지난 23일 전남 완도군 노화도를 찾아가 3년 동안 투자한 전복이 폐사한 어민들의 사연을 소개하자 방송 직후 1억5000만원어치가 팔려나갔다. 10년간 버스를 타고 전국을 다닌 ‘국민 안내양’이 시청자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이처럼 오랫동안 직접 발품 팔아가며 시민들과 만나는 것은 ‘6시 내고향’ 리포터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기도 하다. 1993년 뮤지컬로 데뷔한 배우 이정용은 이제 어르신들 사이에서 ‘오!만보기’로 통하고, 2000년 데뷔한 개그맨 손헌수 역시 ‘청년회장이 간다’로 명성을 얻고 있다. 심 PD는 “미리 섭외하는 것도 아닌데 길에서 걷던 시민들이 이정용씨를 만나면 마음 깊은 곳에 담아둔 이야기를 털어놓고, 시골에 가면 각종 민원을 해결해주는 청년회장 손헌수씨를 슈퍼스타처럼 반겨준다. 제작진도 깜짝 놀랄 정도”라고 설명했다.

흔히 어르신들이나 보는 프로그램으로 치부하기 쉽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KBS2 ‘1박2일’, tvN ‘삼시세끼’, JTBC ‘한끼줍쇼’ 등 인기 예능과 공통점도 많다. 휴먼 다큐를 바탕으로 여행·먹방·쿡방이 골고루 버무려져 있다.

제작진은 프로그램 장수비결로 이 같은 신구 조화를 꼽았다. “1986년 출시된 신라면이 계속 똑같은 맛을 고수해서 1위를 지키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시대에 맞춰 조금씩 바뀐 것처럼 ‘6시 내고향’도 조금씩, 꾸준히 변화해 왔다”는 얘기다. 1999년 처음 프로그램을 맡았다가 2013년, 그리고 올 초 세 번째 돌아온 이상헌 CP는 “당초 기획의도는 고향을 떠나온 사람들에게 현재 고향의 모습을 보여주려 한 것이지만, 지금은 대다수가 도시에 살아 언젠가 돌아가고 싶은 고향, 훗날 살고 싶은 고향을 함께 만들어가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이 CP는 “실제 농어촌이 젊어지고 있다”고 했다. 과거엔 농수산업을 부모 세대가 하고 아이들은 도시에 나가 다른 직업을 찾았다면, 이제 학업을 마치고 귀농해 가업을 이어받는 가정이 부쩍 늘었다는 것이다. 그는 “전국 택배 배송이 가능해지고 수익이 보장되면서 (농어촌도)평생직장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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