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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계명대 교직원, 월급 모아 50억 ‘코로나 장학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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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어려운 학생들 돕자”

급여 10∼20%씩 떼 기금 마련

재학생 전원에 20만원씩 주기로

동아일보

신일희 계명대 총장(오른쪽)이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인 대구 중구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을 찾아 의료진을 격려하고 있다. 계명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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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명인의 나눔 유전자(DNA) 덕분이죠.”

한여동 계명대 학생지원팀장은 30일 하루 그저 뿌듯했다. 이날 계명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힘들고 지친 모든 재학생 2만3000여 명에게 생활비 및 학업장려금 20만 원씩을 주기로 결정했다. 필요한 목표 재원 50억 원은 전체 교직원 2000여 명이 십시일반 성금을 모아 마련한다. 한 팀장은 “코로나19로 텅 빈 캠퍼스를 보면 가슴이 참 아팠다. 학생들이 교직원들의 따뜻함 마음을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

계명대가 코로나19 극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역거점병원인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의 나눔 실천에 이어 이번엔 교직원들이 재학생 지원에 팔을 걷었다. 대학 측은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개강이 미뤄지고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고통이 크다는 소식을 접했다. 상당수가 빈 자취방 월세를 내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아르바이트를 하지 못해 경제적 어려움에 처했다는 것이다.

학생들을 돕기 위해 교직원들이 솔선수범으로 나섰다. 우선 월급 일부를 반납한다. 신일희 총장을 비롯해 교무위원은 20%, 보직 교직원은 10%를 떼어 3개월 동안 내놓는다. 이 밖에 교수 및 직원들은 자율적으로 성금 모금에 동참한다. 그동안 모은 일부 기부금도 활용한다. 손현동 계명대 총학생회장(25·체육학전공 4학년)은 “학생들을 생각하는 진심이 느껴져 감동과 존경을 표한다. 코로나19를 극복하는 데 어떤 봉사와 기여를 할 수 있을지 학생 대표들과 같이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계명대는 최근 12년 동안 등록금을 인하 또는 동결했다. 이 대학의 등록금 수입은 전체 예산의 50%를 넘는다.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대학 경영이 쉽지 않다. 어려운 재정 형편이지만 학생들의 장학금 지원은 아끼지 않고 있다. 이번 생활비 및 학업장려금은 장학금과 별도로 다음 달 말에 지급할 계획이다.

계명대의 나눔 활동은 꾸준하다. 교직원들은 2004년 사단법인 계명1%사랑나누기를 발족했다. 월급의 1%를 떼어 연간 4억 원가량을 모아 장학금과 취약계층 지원, 국외봉사 등에 쓴다. 최근에는 대구동산병원에 위문품과 성금 1억5000만 원을 전달했다. 외국인 유학생과 기초생활수급자 1500여 명에게 3000만 원가량의 생필품도 지원했다.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은 모든 역량을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쏟고 있다. 거점병원을 자청해 병동 전체가 확진자 전용 비상체제로 24시간 운영 중이다. 의료진 360여 명과 봉사자 170여 명이 구슬땀을 흘린다. 신 총장은 “계명대의 나눔 DNA는 설립 역사인 120년 전 서양식 진료소 제중원(濟衆院)의 개척정신과 봉사정신을 잇고 있다. 코로나19 종식에 보탬이 되기 위해 구성원 모두와 함께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구=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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