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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사설]재난지원금 全가구 70%로 확대… 정치논리에 흔들린 재난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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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어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3차 비상경제회의를 열어 4인 기준으로 소득이 하위 70%에 해당하는 약 1400만 가구에 가구당 100만 원씩을 긴급재난지원금 명목으로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긴급재난지원금 9조1000억 원과 이미 지원하기로 결정된 저소득층 소비쿠폰, 긴급복지자금 2000억 원을 포함한 총 10조3000억 원 규모의 2차 추경이 필요하게 됐다.

코로나19로 인해 경제가 바닥 모를 정도로 가라앉고 있어 유동성 공급을 통한 경기 부양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취약계층과 자영업자의 고통이 극심한 터라 정부가 막대한 국가 예산을 동원하기로 한 것에 이의가 있을 수 없다. 이미 미국 유럽 등 전 세계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더 많은 금액의 지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지원 방법과 지원 범위의 효율성이다. 기획재정부는 소득 하위 50%, 1000만 가구를 대상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여당의 요구에 밀려 막판에 중산층까지 포함된 70%, 1400만 가구로 확대됐다. 재원 규모도 당초 기재부안 5조∼6조 원에서 9조 원대로 늘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애초 가구당이 아닌 인구 5100만 명의 70%에게 1인당 50만∼100만 원씩 최대 36조 원을 투입하자고 주장했다. 결국 절충안이 마련되긴 했으나 최종안을 보면 총선을 앞둔 여당의 정치 논리가 깊숙이 개입된 것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긴급재난지원금은 세수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추가로 나랏빚을 동원하는 지원 대책이다. 사회안전망 역할과 경기 회복의 지렛대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생계가 막막해진 계층과 긴급수혈로 다시 살아날 수 있는 업종 종사자들에게 지원이 집중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원 대상 선별의 어려움과 행정적 복잡성, 신속 지원의 필요성 때문에 모든 국민에게 일괄적으로 주자는 의견도 나왔었다.

‘정말 어려운 계층 지원’과 ‘신속 지원’의 두 가치 사이에서 균형 있는 선택을 해야 하는데, 지원 대상은 넓힐 대로 넓히고 행정적 복잡성도 높게 만드는 우를 범했다. 지원 대상자가 많아질수록 선별하고 지급하는 절차와 기간이 복잡하고 길어져 시급성을 요하는 지원금의 효과를 반감시킬 우려도 있다.

중구난방으로 터져 나오는 지방자치단체의 지원금을 교통정리해서 이중삼중으로 중복 지급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당정이 결정하긴 했으나 국회 논의 과정이 아직 남아 있다. 필요한 계층에 과감하고 신속히 지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정치논리는 절대 개입되지 않도록 국회에서 걸러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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