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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마스크엔 꽃잎을 톡, 즉석밥엔 돌나물을 톡… '집콕살이'에도 봄은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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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의 여왕' 이효재의 코로나 라이프]

한지·면으로 직접 만든 마스크, 꽃 자수 하나면 생기로워 보여

한 끼 정도는 즉석밥도 괜찮아… 명란 하나 올려주면 정찬 느낌

코로나 비만엔 꽃무늬 원피스, 품이 넉넉해 우아하고 편하죠

크고 작은 옹기가 옹기종기 모여 한낮의 햇살을 담뿍 받았다. 하얀 블라우스에 까만 명주 원피스를 걸친 살림 전문가 이효재(62)씨가 장독대 앞에서 손님을 맞았다. 화장을 안 해도 고운 피부와 긴 머릿결이 트레이드 마크. 코로나 살림법을 묻자 그가 "저는 평생이 재택근무였다"며 봄꽃처럼 웃었다. "삶의 큰 낙이 친구들 초청해 밥 먹이는 거였는데…. 쌀밥 안 먹는다던 외국 기자들도 우리 집에만 오면 '한 그릇 더!'를 외쳤거든요. 코로나 때문에 답답한 마음은 꽃 자수로 풀어요."

◇'옥춘지', 꽃 입고 마스크로 변신하다

이효재는 얼마 전부터 면 마스크를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 필터 교체가 가능한 면 마스크는 기본. 충북 괴산을 찾아 류행영 한지장이 제작한 옥춘지로도 만들었다. "질기고 튼튼한 데다 뚝딱 접어서 양끝을 박음질한 뒤 펼치기만 하면 마스크가 되니 누구나 만들 수 있어요. 한지뿐 아니라 손수건으로도 가능합니다."

조선일보

살림의 여왕’ 이효재씨가 자신의 집에서 마스크에 수를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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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 25㎝, 세로 14~16㎝ 크기의 직사각형으로 판을 만든다. 가로로 반을 접은 다음, 가운데 선을 향해 아래위 날개를 가로로 한 번 더 접는다. 다시 아래위 날개를 바깥으로 한 번 더 접은 뒤 세로의 양끝에 마스크용 고무줄을 배치해 박음질한다. 접은 부분을 펼치면 입체형 마스크로 변신한다. 삶아 쓸 수 있는 면 마스크는 광목이나 성글게 짜인 소창을 이용한다. 꽃 자수를 놓는 건 필수! "여성들은 절감하실 텐데, 립스틱 안 발라서 뭔가 생기 없어 보이는 느낌 있잖아요. 꽃 자수가 립스틱 효과를 준답니다." 만들다 실패하면 행주로 쓰면 된다. 주방용과 거실·침실용 행주를 달리해 매일 삶아서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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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 마스크에 꽃자수를 한 땀 한 땀 넣는 모습. 소창이나 광목 같은 면 위에 일반 마스크의 본을 뜬 뒤 가위질해서 마스크를 만든다. 아이들 마스크에 꽃을 새긴 뒤 꽃말을 알려주면 유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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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택 식사는 즉석밥에 명란 올려 간편히

재택근무가 늘면서 '돌밥(돌아서면 밥)' 현상과 운동 부족에 대해 하소연하는 이들에겐 "한 끼 정도는 즉석밥"을 추천했다. "즉석밥 사이즈에 맞는 그릇을 장만해 톡 뒤집어 올리면 갓 지은 밥 냄새가 모락모락 나요. 가운데에 살짝 틈을 내 돌나물이나 명란을 올려주면 정찬 느낌! 봉테일이 따로 있나요. 밥 한 끼라도 섬세하게 연출해 맛있게 먹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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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석밥에 돌나물을 살짝 올려 봄 느낌을 냈다. 반찬 가짓수는 줄여도 산과 바다에서 나오는 재료를 이용해 자연을 느끼게 하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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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요즘 자주 해먹는 반찬은 더덕무침과 김이다. 더덕을 방망이로 두드릴 때 스트레스 풀리는 쾌감이 있고, 가짓수는 적지만 산나물과 해산물로 '산해진미'를 꾸린다는 뿌듯함이 있단다. 입가심은 매운 고추를 넣어 끓인 라면과 국물을 컵에 담아 후루룩 들이켜 몸에 온기를 더하고, 야생 고수의 새순으로 제다한 고수차로 입안을 헹구며 마무리한다. 고수 찻잎은 껌처럼 씹어 먹거나, 따로 모아 조물조물 무쳐 반찬으로 내놓기도 한다. 찻물을 끓일 땐 항상 은주전자를 이용한다. "왕실에서 귀한 손님이 올 때 은 식기를 이용해 독성을 알아본대요. 은 주전자로 물을 끓이니 한결 순하고 물이 달게 느껴져요. 손님들에겐 '은물' 드시라고 하지요(웃음)."

◇'집콕'엔 펑퍼짐한 꽃무늬 원피스

코로나 비만으로 고민하는 여성들을 위한 제안도 했다. 요즘 없어서 못 판다는 꽃무늬 펑퍼짐한 '라운지 웨어'. 집 근처 수퍼 갈 때까지는 입어도 괜찮다는 의미로 '원마일 웨어'로도 불리는데, 품이 넉넉해 편하게 입을 수 있다. 한복 디자이너였던 그는 꽃 패턴으로 유명한 노르웨이 디자이너 토네 피낭에르(Finnanger)가 고안한 틸다(Tilda) 원단을 추천했다. "바느질하는 사람들에겐 틸다가 퀼트(조각보)계의 샤넬이에요. 라운지 웨어는 집 앞 수퍼에서 옆집 아저씨 마주쳤을 때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우아함이면 족하거든요. 비치지 않고, 초라하지 않고." 다만 화장하고 입으면 촌티 나는 상춘객으로 변할 수 있어 화장할 땐 민무늬로, 꽃무늬는 민얼굴에 받쳐 입는 게 좋다고 귀띔했다.

[최보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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