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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빅 픽처’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 자폐아 그린 동화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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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자폐증 진단을 받았으나 훌륭하게 성장한 아들 맥스를 지켜보며, 더글라스 케네디는 자폐증을 오히려 멋지게 활용하는 주인공 ‘오로르’를 구상했다. 밝은세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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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픽처’의 작가 더글라스 케네디가 이번엔 동화 ‘오로르’를 들고 왔다. 파격적이다. 알려졌다시피 케네디는 ‘빅 픽처’를 비롯, ‘템테이션’ ‘모멘트’ 등 음모, 배신, 반전, 서스펜스가 넘치는 작품들을 선보이며 전 세계 성인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빅 픽처’의 경우 영미권 소설 가운데 지난 10년간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소설이다. 그런 그가 어른과 아이 모두를 위한 동화 ‘오로르’라니.

‘오로르’는 자폐증이 있으나 타인의 속마음을 알 수 있는 특별한 아이 오로르를 통해 따뜻하고 다정한 세계를 그려낸다. 집단 괴롭힘, 비만, 디지털 시대, 이혼 등의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아이들만의 통찰력과 끈기를 이야기하는 ‘케네디표 동화’다. 여기에 프랑스 최고의 일러스트레이터 조안 스파르의 그림까지 더했다. 스릴러의 달인에서 동화작가로 변신한 그를 이메일로 만났다.

-스릴러 작가가 어떻게 동화에 도전하게 됐나.

“2008,2009년 좋지 않은 과정으로 이혼했다. 그때 두 아이 맥스와 아멜리아가 어떤 상처를 받았는지 생각하다 이 책을 쓰기로 했다. 당시 아멜리아는 겨우 열두 살이었지만 부모 사이에 벌어진 일을 깊이 이해하고 있었다. ‘아이들이라 해도 모든 것을 본다’는 깨달음은, 자폐증이 있어도 사람들 눈을 통해 생각을 읽고, 어른들 세계를 관찰하는 아이 ‘오로르’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한국일보

남들처럼 소리 내 말할 수 없는 대신, 오로르는 태블릿에 글을 써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눈을 통해 그들의 생각까지 읽을 수 있다. 밝은세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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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르의 아빠는 범죄소설 작가다. 당신 아들 맥스도 자폐증으로 안다. 작가의 삶이 투영된 책 같다.

“맥스는 다섯 살 때 ‘자폐 때문에 혼자 살아가기 힘들 것’이란 진단을 받았다. 그 뒤 22년, 맥스는 런던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고 아파트에 혼자 살며 세계를 여행하는 사진가가 됐다. 지금의 맥스를 보면 ‘맥스는 장애인이 아니라 세상을 보는 눈이 다를 뿐’이란 확신이 든다. 이 책이 ‘평범하지 않다는 게 때론 커다란 장점’이라 말하는 건 맞다. 그렇다고 맥스가 곧 오로르는 아니다. 사람을 관찰하고, 생각을 알아내려 애쓰고, 삶의 이면을 들여다보려 한다는 점에서 오로르는 오히려 나를 닮았다.”

-오로르의 자폐증을 사람들 생각을 읽는 신비한 힘으로 뒤집었다.

“흔히 ‘평범한 게 좋다’고들 하지만 평범이 뭘까. 왜 우리는 평범해야 한다고 생각할까. 오로르는 말을 못하는 자폐아지만 그저 남들과 조금 다르다고 생각할 뿐이다. 세상과 소통은 태블릿으로 충분하다. ‘남다른 것, 만세!’ 오로르를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한국일보

오로르는 말을 못한다는 이유로 놀림받지만 전혀 기죽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신비한 힘을 이용해 다른 괴롭힘 당하는 사람들을 구해낸다. 밝은세상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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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뚱해서 놀림받는 루시, 성추행범으로 몰린 마무드 등 오로르처럼 괴롭힘을 당하는 여러 인물이 등장한다.

“이 소설에서 현대사회, 특히 아이들 세계에 만연한 집단 괴롭힘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학창 시절 괴롭힘이 아이들 세계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신체나 인종 같은 것 때문에 괴롭힘의 타깃이 되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 가해자들 또한 자신의 두려움을 숨기기 위해 나쁜 행동을 할 때가 많다는 것도.”

-성인 소설과 동화 작업은 어떻게 달랐는가.

“전혀 다르지 않았다. ‘오로르’ 또한 다른 소설과 같은 기법으로 쓰였다. 오로르의 시선에서, 오로르가 할 만한 말을 표현하는 일이 중요했다. 오로르란 인물이 확실히 잡히자 이야기는 저절로 나왔다. 다른 소설처럼 이 책도 다음 페이지에 무슨 이야기가 나올지 궁금하게 만들고 싶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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