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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고용 혹한기 2~3년 지속될 듯…국가가 나서 소득 보전해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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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헌 ILO 고용정책국장 인터뷰

“전세계 2470만명 실직 전망치도

불과 며칠새 낙관적 수치 돼버려

분석가들 이미 대공황 때와 비교”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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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노동기구(ILO)는 지난 18일(현지시각) 올해 2470만명(연간 평균)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란 전망치를 발표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2200만명 정도였던 것을 고려하면 훨씬 충격이 크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정도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이달 내내 실업예측모델에 파묻혀 지낸 이상헌 국제노동기구 고용정책국장은 29일 <한겨레>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최근 두달간 나온 실제 지표가 워낙 안 좋다 보니 원래 가지고 있던 모델 자체를 코로나19 상황에 맞춰 수정하고 있다”며 “지난주 발표한 예측치도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생각했는데, 불과 며칠새 터무니없이 낙관적인 수치가 돼버렸다”고 말했다. 오는 3일께 다시 실업 전망치를 업데이트할 예정인데, 3천만명을 훌쩍 넘길 것이란 얘기다.

그 역시 코로나19 여파에서 자유로울 리 없는 탓에, 스위스 제네바에서 2주째 기약 없는 재택근무를 체험하고 있다. 가게를 가거나 운동을 하러 갈 때도 통행허가증을 챙겨야 하는 처지다. 그는 경제활동을 마비시키는 ‘락다운’(lockdown)의 규모와 범위가 커지면서, 일정 기간이 지나서 영향을 받는 후행지표인 고용이 같은 속도로 악화하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감염병 위기가 생산과 소비에 동시에 영향을 주는 초유의 상황으로 고용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국장은 “지난주 미국 실업수당 신청을 100만건 정도 예상했는데 무려 330만건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지금까지는 기업들이 ‘바이러스’ 위기는 단기적 충격으로 보고 추후 회복기를 고려해 인력 조정에 잘 나서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한두달 안에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서둘러 인력을 줄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각국 지표를 받아보면 실업률이 2~4배 오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 고용 혹한기가 2~3년 지속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앞으로 브이(V)자형 회복은 어렵고 엘(L)자형 회복으로 가게 될 텐데, 고용과 임금이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얘기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도 4~5년 뒤 경제가 회복된 반면 많은 국가에서 임금 수준이 회복되기까진 10년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그는 “통상 경기회복이 되는 과정에서는 서비스 업종이 속도를 내게 되는데 지금은 관광·요식업 등이 언제 회복될 수 있을지 가늠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태풍이 쓸고 지나가는 식의 위기와는 차원이 다르다. 사람들이 다시 이전처럼 여행을 떠나고 외식을 다니고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기까지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 국장은 국제노동기구에서 20년 넘게 일하면서 여러 차례 위기를 봐왔지만 “이번 위기가 가장 두렵다”고 했다. 그는 “이미 분석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보다는 1930년대 대공황 때와 비교하고 있다”며 “모든 위기는 기본적으로 취약계층이 더 큰 고통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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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상황에 대해, 이 국장은 “자영업을 포함해 실제 고용 사정이 상상 외로 나쁠 수 있지만 공식 지표에 어느 만큼 포착이 될지 의문”이라며 통계로 잘 잡히지 않고 기존 사회안전망의 울타리 바깥에 있는 이들에 주목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바이러스에 대처한다’는 공익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다가 피해가 생기는 것인 만큼, 정부가 나서서 (소득) 손실을 보전해야 한다는 개념을 정책의 중심에 둬야 한다”며 “무엇보다 정치권과 정책 당국자들이 고용이 무너지는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쓸 수 있는 자원을 적극 동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보연 기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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