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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영겁의 고독을 살아내다…데니스 존슨 '기차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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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어렸을 때부터 그는 외톨이였고 평생 뼛속까지 깊이 스며드는 고독 속에서 살았다. 산속에서 기거하며 문명 발달과 동떨어진 삶을 이어갔고 산업화 물결에서 소외됐던 온전히 고독한 생명체였다.

미국 작가 데니스 존슨의 대표작 중 하나인 '기차의 꿈'(문학동네 펴냄)은 이렇듯 일생을 소외와 고독 속에 지낸 한 남자 이야기다.

작가는 백사장 모래 한 알과 마찬가지로 보이지 않고 때로는 하찮을 수 있는 한 존재의 발자취를 담담한 묘사와 서사로 그려냈다. 이를 통해 거대한 역사와 문명의 흐름 속에서 소외된 인간 단면을 따스하고 섬세한 시각으로 포착한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빛난다.

과장이나 과도한 연민 없이 한 막노동자의 생애를 도도히 따라감으로써 독자들 역시 결코 다를 바 없는 존재라는 점을 깨닫게 한다. 우리 모두 외로운 존재이며 누구도 나를 대신해 울어줄 수 없다. 우리 앞에 닥치는 모든 풍파와 시련, 몸서리 처지는 외로움은 오롯이 스스로 헤쳐나가야 할 몫임을 일깨운다.

미국 서부의 거대한 대자연에 대한 묘사는 묘하면서도 아름다운 비애감을 자아내고 간결하면서 꾸밈없는 문장은 감동을 더한다.

연합뉴스


19세기 말 태어난 로버트 그레이니어는 부모와 출생지가 누구인지 모르며 어린 시절 혼자 기차를 타고 고모가 있는 아이다호로 왔다는 기억만 남아 있다. 10대 때 학교를 그만둔 이후 평생 막노동을 하며 생계를 꾸린다.

교회에서 만난 여성과 결혼해 산속 계곡에 오두막을 짓고 딸도 하나 얻으면서 행복이 찾아오는가 했지만, 결혼한 지 4년 된 어느 날 산불로 모든 것을 잃는다. 그는 같은 장소에 다시 집을 짓고 계곡을 타고 올라가는 희미한 기차 소리를 들으며 평생을 산다.

가끔은 아내의 환영을 만나고 늑대 소녀와 조우하는 비현실적 판타지도 등장한다. 이런 장치는 문명에서 떨어진 주인공의 모습을 부각하는 동시에 우리 인생은 수수께끼로 가득하다는 사실을 환기한다.

2003년 오헨리상을 받은 장편소설로 2012년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존슨은 아이오와주립대를 나와 1969년 시집을 출간하며 등단했다. 1992년 소설집 '예수의 아들'로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랐고 2007년 베트남전을 다룬 소설 '연기의 나무'로 미국도서상을 받았다.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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