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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상한제 피해 후분양해도, HUG 보증 안받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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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분양대출보증, 매년 실적 저조…선분양과 대조

선분양과 똑같은 ‘고분양가 통제’…“메리트 없어”

정부 말로만 '후분양 확대'…요건 대폭 완화해야”

이데일리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사업비 마련도 어려운데 선분양과 똑같이 분양가 통제를 받는다면 굳이 보증까지 가입하며 후분양할 필요가 있나.”

정부가 후분양을 활성화겠단 의지를 표명했음에도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후분양대출보증 상품은 여전히 외면받고 있다. 특히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도입 이후 선분양이 아닌 후분양 쪽으로 가닥을 잡은 일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장들도 ‘후분양대출보증 상품’ 가입은 꺼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분양보증과 다를 바 없는 ‘고분양가 통제’ 때문으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30일 HUG에 따르면 후분양대출보증은 처음 출시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이용 건수가 한자릿수다. 한 건도 없는 해도 있다. 2014년엔 6건(281억원), 2015년 2건(77억원), 2016년 0건, 2017년 4건(141억원), 2018년 2건(54억원), 2019년 5건(1924억원) 수준이다. 선분양 형태의 주택보증 실적은 같은 기간 매년 600~900건, 보증금액 40~80조원에 달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후분양제도는 분양권 전매를 통한 투기, 부실시공 논란 등 선분양제도의 부작용이 나타나자 확대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결국 문재인정부는 2018년 발표한 주거종합계획에서 “기금대출 지원강화와 대출보증 개선 등 인센티브 제공 확대를 통해 후분양제를 활성화하겠다”고 밝혔다. 후속 조치로 HUG는 보증대상·한도 확대, 보증료율 인하 등에 나섰지만 이용 실적은 늘지 않고 있다.

후분양대출보증이 외면받는 우선적인 이유는 후분양 자체가 사업비 조달이 어려워 건설사들이 이 방식을 기피하고 있어서다.

후분양대출보증 자체가 별다른 강점이 없다는 점도 건설사들이 가입을 꺼리는 이유다. 후분양대출보증은 건설사의 초기 자금조달 부담을 덜어주면서 후분양을 유도하기 위해 생겨난 상품이다. 사업시행자가 입주자모집승인 전 신청할 경우 분양가격의 70%까지 사업비를 조달할 수 있고, 등급에 따라 연 0.422~0.836% 보증료율을 내면 된다. 하지만 선분양과 마찬가지로 HUG가 분양가를 통제한다. 선분양과 동일한 분양가 심사 기준을 적용하니 후분양을 한다 해도 이 상품을 이용할 이유가 없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실제로 과천주공 1단지를 재건축한 ‘과천 푸르지오 써밋’은 지난해 8월 HUG의 후분양대출보증 없이 등록사업자 2인의 연대보증으로 입주자를 모집하는 후분양을 했다. 일반분양은 506가구로, 일반분양가는 3.3㎡당 평균 3998만원이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HUG에 손을 벌렸다면 절대 나올 수 없는 분양가”라고 했다.

관리처분인가 신청까지 한 재건축·재개발 단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시기가 7월29일 이후로 연기됐지만, 상한제 규제 문턱에 걸려 있는 정비사업장들이 후분양 선회를 검토하면서 후분양대출보증 이용을 고려하지 않는 것도 그래서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재건축조합 관계자는 “HUG가 일반분양가를 낮추지 않으면 선분양보증을 해줄 수 없다고 해 조합원들 사이에선 후분양 얘기까지 나오지만, 똑같이 분양가 통제를 받는다면 굳이 보증료 내면서 보증을 들겠나”고 반문했다. 둔촌주공재건축 시공사 컨소시엄의 한 관계자는 “워낙 이용되지 않아 보증상품이 있는지도 몰랐다”며 “분양가를 ‘터치’한다면 어지간한 건설사들은 찾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주택협회에선 지난해 HUG에 제도 개선을 건의하기도 했다. 요구사항은 후분양 사업장 보증업무 우선 처리 및 분양가 심사 완화였다. 이와 함께 △시공사 요건 중 신용등급 기준 완화(현행 BB+ 이상 → B+등급 이상) △보증료율과 위험가중치를 체감 가능한 수준으로 하향해 금융비용 부담 완화 △사업비 조달을 위한 보 증한도 확대 등이다. 주택협회 관계자는 “후분양을 유도하려면 과감하게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며 “건의서를 HUG와 국토교통부에 냈지만 별다른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했다.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 국장은 “HUG는 선분양을 통한 보증료가 더 큰 수입원이니 후분양을 적극적으로 유도할 이유가 없다”며 “HUG와 정부가 함께 대형 건설사부터 후분양하도록 동기부여를 제대로 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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