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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불상ㆍ불화보다 홀대된 불단… 5년간 정밀조사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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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전라도 16곳 대상… 원형 디지털 기록화 및 과학ㆍ인문학 조사 병행
한국일보

문화재청이 불교문화재연구소와 올해부터 5년간 전국 사찰의 불단을 대상으로 정밀 조사를 실시한다고 31일 밝혔다. 사진은 보물 제1859호인 경북 김천 직지사 대웅전 수미단. 문화재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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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불상과 불화보다 푸대접을 받아 온 불단(佛壇)을 대상으로 정부가 5년간 정밀 조사를 벌인다. 우선 호남부터다.

문화재청은 불교문화재연구소와 함께 ‘불교문화재 일제조사’ 제3차 사업 대상으로 불단을 선정해 5년간 정밀 조사를 진행한다고 31일 밝혔다.

불단은 불상을 봉안한 받침대이면서 의례에 필요한 기물을 둘 수 있게 마련한 사찰 구조물이다. ‘수미단’(須彌壇)이라고도 불리는데, 불상 봉안과 예배 방식에 따라 제작 기술이 발전해 온 데다 당대 장인들이 시대상을 반영한 문양과 도상을 정교하게 조각했다는 점에서 연구 자료로서 가치가 크다는 게 문화재청 설명이다. 더불어 촛대나 목패(木牌ㆍ나무로 만든 패인) 같은 의식구들과 어우러져 우리 불교 문화의 전통과 독창성을 보여주는 구조물이라는 평가다.

실제 가치를 인정받은 경북 영천 은해사 백흥암 수미단과 경북 김천 직지사 대웅전 수미단은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불상과 불화와 비교하면 불단에 대한 관심이 적었던 게 사실이다. 건축물의 일부로 인식돼 왔기 때문이다. 재평가 필요성이 제기된 이유다. 게다가 주재료가 변형되기 쉬운 데다 병충해ㆍ화재에 취약하고 수리하기도 어려운 목재여서 보존ㆍ복원을 위한 원형 자료 구축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이에 문화재청과 연구소는 불단을 5개년 조사 대상으로 뽑고, 일단 올해 조사 대상 지역을 전북ㆍ전남 사찰 16곳으로 추렸다.

최우선 작업은 원형 디지털 기록화다. 정밀 실측, 2차원(2D) 디지털 촬영, 3차원(3D) 입체 스캐닝, 도면 작성 등이 이뤄진다. 손상 현황 지도 제작, 나무 종류 분석, 보존 환경 분석, 안전도 점검 등 과학 조사와, 불단의 역사와 미술사 의미를 연구하는 인문학 조사도 병행된다.

문화재청은 조사를 통해 불단 현황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보존 가치가 크다고 판단한 유물은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할 계획이다.

앞서 문화재청은 1, 2차 ‘불교문화재 일제조사’를 통해 3,417개 사찰 소장 불교문화재 16만3,367점 대상 현황 조사와 목록화 작업과 114개 사찰이 소장한 불교 목판 2만7,171점의 현황 조사 및 기록화를 완료했다. 현재 성보문화재연구원과 대형 불화인 괘불을 연차 조사 중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이번 조사로 사찰 목공예의 우수성과 전통 가치를 널리 알리려 한다”며 “불단에 조각된 문양과 도상은 전통 문화 콘텐츠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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