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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이재용 다녀간지 보름 만에… 삼성 "올해 LCD 접고 QD로 사업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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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위기 이후를 내다보자" 주문에 ‘속도전’ 나선 삼성
LG디스플레이도 올해 TV용 국내 LCD 생산 중단
코로나발 반짝 가격 반등에도 ‘출구전략’ 속도내는 한국

삼성디스플레이가 올해 말까지 대형 LCD(액정표시장치) 생산을 중단하고,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육성 중인 QD(퀀텀닷) 디스플레이 사업에 집중한다고 31일 밝혔다. 지난 1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을 찾아 사업 전략을 점검한 지 불과 보름여 만이다.

당시 이 부회장은 "신중하되 과감하게 기존의 틀을 넘어서자. 위기 이후를 내다보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했었다. 또 경쟁 심화로 인한 LCD 공급과잉, 가격 하락이 구조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만큼 차세대 QD 디스플레이 사업화로 시장을 선도해나가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었다. 이번 LCD 출구전략 발표로 삼성디스플레이의 차세대 QD 사업은 속도를 낼 방침이다.

조선비즈

지난 3월 19일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을 찾아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뒤로는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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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와 삼성디스플레이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4분기부터 아산, 중국 쑤저우에 있는 7세대, 8세대 LCD 생산라인 가동을 전면 중단한다. 사실상 삼성디스플레이의 LCD 사업 중단이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의 LCD 생산여력(캐파)은 7세대가 월 16만5000장, 8세대가 36만3000장 규모로 전 세계 7세대 캐파의 14%를 차지하고 있다. 이것이 당장 내년부터 제로가 된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쑤저우 공장까지 한 번에 정리한다는 점에서 삼성이 ‘속도전’에 나서고 있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면서 "다만, 국내 LCD 생산 설비는 중국 업체 등으로 매각하거나 폐기해야 하고, 쑤저우 공장의 경우 통째로 타 업체에 매각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에 대한 시간이 내년 상반기까지는 소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 같은 내용을 이날 대형사업부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명하고 고객사·협력사에도 향후 사업방향에 대해 공유할 계획이다. LCD 개발·제조 분야 직원들의 경우, LCD 생산이 종료되는 시점에 중소형사업부, QD분야 등으로 전환 배치된다.

이 같은 결정은 LCD 가격 상승에도 이뤄진 것이다. 그간 중국발 물량공세에 가격 하락세를 지속해 왔던 LCD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중국의 공급량 감소, 한국 업체들의 점진적 출구전략 등에 따라 최근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지난해 말 171달러(65인치 기준)였던 LCD TV용 패널 가격이 올해 1분기 180달러, 2~3분기 193달러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1분기 본격 가동 예정이었던 중국 BOE의 LCD 신규 10세대 설비 가동이 정상화되는데도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관측이다. 그럼에도 이제 LCD는 구조적 가격 경쟁력이 있는 중국에 완전히 넘기고, 고부가 QD에 집중해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겠다는 게 삼성의 판단인 것이다.

조선비즈

그래픽=송윤혜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디스플레이는 LCD 사업 중단 결정으로 QD-OLED(양자점발광다이오드), 더 나아가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는 새로운 기술로의 전환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내년부터 월 3만장 수준의 QLED TV를 생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LG디스플레이도 ‘탈(脫) LCD’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말까지 국내에 있는 LCD TV용 패널 생산을 중단하고, 고부가 차량용·사이니지(상업용) 디스플레이 생산에 주력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은 "구조적 경쟁력 열세가 고착화된 LCD는 일시적 시황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신속히 다운사이징(downsizing·몸집 줄이기) 해나갈 것"이라고 했었다.

다만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여전히 60% 정도의 매출이 LCD에서 나오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이 분야 구조조정을 하면서 TV용 패널은 중국 광저우 LCD 공장에서만 생산할 예정이다.

장우정 기자(w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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