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8 (토)

일본 ‘군함도’ 강제노동 역사 ‘왜곡’ 정보센터 도쿄에 개관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괴롭힘당한 적 없다” 섬 주민 증언 등 전시

운영 단체 간부 “조선인 학대 이야기 듣지 못해”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일본 정부가 ‘군함도’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하시마를 포함한 ‘메이지 일본 산업혁명 유산’을 홍보하는 ‘산업유산 정보센터’를 도쿄에 개관한다. 산업유산 정보센터에는 ‘하시마에서 조선인에 대한 차별은 없었다’는 내용 등이 전시될 것으로 알려져, 조선인 강제노동 역사 왜곡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산케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도쿄 신주쿠구 총무성 제2청사 별관에서 31일 관계자들만 참석해서 ‘산업유산 정보센터’ 개관식을 연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감염 확산 여파로 당분간 일반 공개는 미룬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태평양전쟁 때 하시마에 있었던 재일 한국인 2세가 생전에 “주변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한 적이 없다”고 남긴 증언을 비롯해 하시마 전 주민 36명의 증언이 동영상으로 소개된다고 전했다.

산업유산 정보센터는 원래 일본 정부가 조선인 강제노동 역사를 인정하면서 관련 정보도 알리겠다며 설치를 약속했던 시설이다. 지난 2015년 일본은 조선인 강제노동으로 악명 높은 나가사키현 하시마(일명 군함도)를 포함해 일본 내 23곳의 탄광·제철소 등을 일본 근대 산업혁명 유산으로 유네스코에 등재했다. 일본 정부 대표는 2015년 세계유산 등재 당시 심의에서 “(하시마 등 일부 산업시설에서) 과거 1940년대 한국인 등이 ‘자기 의사에 반해’ 동원돼 ‘강제노역’했던 일이 있었다.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정보센터 설치 등의 조처를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산업유산 정보센터’에는 조선인 강제노동 역사를 오히려 지우고 왜곡하는 시설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런 우려는 이전부터 제기됐다. 일본 정부가 지난해 12월 유네스코에 제출한 ‘메이지 일본의 산업혁명 유산’ 두 번째 후속 조처 이행 경과보고서 성격의 ‘보전상황 보고서’를 보면, 조선인 강제노동 피해에 대한 언급은 나오지도 않는다. 당시 우리 정부는 유감을 표명했다.

산업유산 정보센터를 운영하는 곳은 재단법인 ‘산업유산 국민회의’다. 일본 정부가 ‘메이지 일본 산업혁명 유산’의 산업 노동 분야 연구조사를 위탁했던 단체인데, 조선인 강제노동을 부인하거나 희석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지속적으로 작성해왔다. ‘산업유산 국민회의’ 전무이사인 가토 고코는 <산케이신문>에 “일차 사료나 당시를 아는 (이들의) 증언을 중요시했다”며 “전 (하시마) 섬 주민에게 이야기를 들었지만, 조선인이 학대를 받았다는 증언은 듣지 못했다. 판단은 관람자의 해석에 맡기겠다”고 말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연속보도] n번방 성착취 파문
▶신문 구독신청▶삐딱한 뉴스 B딱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