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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단독] 'n번방' 악마들 아직 활개…'유품방' 열어 기습 유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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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간 공개 뒤 삭제…"곧 빵에 간다" 피의자 신분 알리기도

경찰 수사망 피하려 '7 Zip' 압축파일로 클라우드 저장 운영

뉴스1

텔레그램 성착취 영상 등이 포함된 '유품방'에 여자중학교 등 이름이 붙은 파일 등이 압축 확장자 '7z'로 압축돼 올라가 있다. 이 파일들은 지난 2월부터 업로드돼 온 것으로 파악됐다. 2020.3.31/뉴스1 © News1 황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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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황덕현 기자 = 성착취물 유포 텔레그램 '박사방'을 운영한 조주빈(25)이 붙잡히며 비화한 텔레그램상 성착취 사진·영상에 대한 경찰 수사가 한창인 가운데 미성년자인 피해자 촬영물 등이 '유품'이라는 이름 등으로 채팅방(유품방)에 압축파일 형태로 저장된 것으로 파악됐다. 사실상 웹하드나 클라우드 서버·스토리지·드라이브처럼 운영되는 것이다.

텔레그램 상 영상, 사진, 속칭 '움짤'이라 불리는 짧은 동영상 등은 미디어로 분류되고, 압축파일은 '파일'에 속한 점을 이용해 수사기관 모니터링 등을 최대한 피하기 위한 조처로도 보이는 대목이다.

31일 <뉴스1> 취재와 제보자 A씨에 따르면 유품방 링크는 29일 오전 2시40분쯤 텔레그램 상 음담패설을 주고받던 일부 채팅방에 뿌려졌다. URL 형태 주소를 타고 들어가자 '반갑다', '새로 들어왔다' 등 대화는 1개도 없는 채팅방이 새로 열렸다. 화면을 가득 채운 것은 저마다 충격적인 이름이 붙은 압축파일이었다.

2월28일 처음 개설된 것으로 파악된 유품방은 취재 당시인 29일 오전2시40분 약 80명이 참여해 있었다. 이 방에서 확인된 파일은 모두 230여개, 최저 20~30MB(메가바이트)부터 최대 1.5GB(기가바이트)까지 용량도 다양했다. 제목에은 중딩(중학생), 고딩(고등학생), 교복 등 청소년과 연관된 제목이 다수 있었고 서울과 경기권, 부산 등 다양한 지역의 중·고등학교 명칭이 함께 붙은 압축파일도 있었다. 확인 결과 해당 학교 등은 실재하는 곳으로 파악됐다.

파일 압축 확장자도 쉽게 볼 수 있는 'zip'이나 국산 압축프로그램 소프트웨어 확장자가 아닌 '7z'로, 이는 러시아 프로그래머가 개발한 프로그램 '7 Zip'을 통해 압축해제가 가능한 파일이다. 압축·해제 속도가 빠르고 압축률이 높기로 정평나 있다. 다만 통상적으로 이용된다기 보다 개발자를 중심으로 알음알음 사용되다 보니 일반적으로 사용되지 않는데, 청소년 성착취물 등에 이용되고 있는 게 파악된 셈이다.

해당 채팅방에는 압축파일 사이사이에 해당 영상을 이미지로 복사한 일종의 스크린숏도 함께 공유됐다. 앳된 얼굴에 교복을 입은 모습과 함께 입에 담기 어려운 모습의 아동·청소년 성인물 등이 포함됐고, 일부는 신상이 드러날 수 있는 페이스북 등 SNS도 있었다.

2~3분 뒤 앞서 링크가 공개됐던 채팅방의 대화내용은 일시에 사라졌다. 각 채팅방 운영자가 임의로 삭제한 것인지, 유품방 운영자가 자신의 대화를 지운 것인지 파악할 수 없었다. 다만 유품방에는 '저는 텔레그램 신변보호 악화로 이만 접습니다. 이번주 목요일 경찰수사 과정에서 텔레그램 대화, n번방 보유 흔적이 발견되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된 상태고, 곧 빵(교도소)에 갈 것 같다'는 글이 올라왔다.

그러나 수사 대상에 올랐다는 운영자의 말과 상관없이 유품방의 인원은 31일 낮 1시 기준 240여명까지 증가했고, 파일을 다운로드하기 위해 조회한 횟수도 최대 500회 가량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운영자는 이후 해당 채팅방에 비밀번호를 설정한 뒤 '제가 만족할 만큼 패드립(패륜적 농담)을 해주면 비밀번호를 공유하겠다'며 사실상 수사기관을 농락하는 글을 다시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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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에서 미성년자를 포함한 최소 74명의 성 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는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 © News1 송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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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행태는 여타 비슷한 채팅방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또 다른 채팅방에도 압축파일 형태의 미디어 파일을 공유됐다. 일부 인원에게 '이 파일은 로리(여성 아동·청소년)라 위험하다'는 지적이 일자 운영자는 '다음에 보자'며 방을 폭파했다.

경찰청 디지털성범죄 특별수사본부는 이런 일련의 범죄를 인지, 인터폴 등과 국제 공조해 텔레그램 측과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다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회의 등이 연기돼 일부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경찰청은 인터폴 화상 회의 추진을 건의하면서, 미국 연방수사국(FBI),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 등과 협업을 계속할 방침이다. 유료회원 등의 추적은 국내 암호화폐 거래사이트, 중개 업체 등에서 받은 자료를 통해 확인 중이다. 31일까지 모두 3명의 유료방 회원이 자수한 상태다.

또 조씨 자택에서 입수한 스마트폰, PC, USB 등을 분석해 역추적하기 위해 장비를 포렌식·분석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현재까지 가진 자료로 분석한 회원 수는 닉네임을 가지고 뽑았을 때 중복자를 제외하고 1만5000건으로, 유·무료방을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다 합쳐서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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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공개돼 유지 중인 '유품방' 외 또다른 채팅방에서 불법성인물 등이 압축파일 형태로 공유되고 있다. © 뉴스1 황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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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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