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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남은 시간은 일주일…번갯불에 콩 볶는 ‘온라인 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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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9일 중3ㆍ고3부터 순차적으로 온라인 개학

개학 후 2일 ‘원격수업 적응기간’…졸속 시행  

고등학생 “이걸로 내신과 수능 준비, 막막하다” 

교사ㆍ학부모도 준비 안돼…학습격차 우려

맞벌이 부부 돌봄대책 없고, 기기문제 등 거론

헤럴드경제

31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고색고등학교에서 교사가 온라인 시범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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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사상 첫 온라인 개학이 현실화되면서 원격수업이 정규수업으로 처음 인정된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31일 온라인 개학 이후 원격수업에 대한 현장 안착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아직까지 기반시설과 콘텐츠가 갖춰지지 않은 데다 교사도 준비가 부족해 학교별, 학급별로 학습격차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원격수업이 가능하겠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등 무리한 온라인 개학 강행에 대한 우려가 많다.

31일 교육부에 따르면, 올 4월9일 중학교 3학년과 고등학교 3학년을 시작으로 16일에는 고등학교 1~2학년, 중학교 1~2학년 및 초등학교 4~6학년이, 마지막으로 4월20일에는 초등학교 1~3학년 학생이 순차적으로 온라인 개학을 실시한다.

모든 학교와 교사는 4월1일부터 본격적인 원격수업 준비에 들어간다. 학년별로는 개학일 후 2일을 ‘원격수업 적응기간’으로 설정한다. 수업 콘텐츠와 플랫폼 활용법을 체험하는 등 본격적인 원격수업에 대비한다.

원격수업이 정규수업으로 진행됨에 따라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단계적인 현장 안착을 지원할 예정이며, 학교는 원격교육 운영계획을 수립해 시행한다. 특히 교육부는 신학기 개학 이후 원격수업의 현장 안착을 지원하기 위해 교육부 차관을 단장으로 하는 ‘신학기 개학 준비 추진단’에 ‘원격교육 준비·점검팀’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준비·점검팀은 교육부가 최근 발표한 원격교육지원계획 원격수업을 위한 운영기준안을 현장에 적용하고 e학습터, EBS온라인클래스 등 원격교육 시스템 모니터링, 원격교육 시범학교 운영 지원 및 현장 점검 등을 통해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대책을 수립한다.

뿐만 아니라 교육급여 수급권자(중위소득 50%이하)를 대상으로 시도별 스마트기기 및 인터넷 지원 계획을 마련하고, 원격수업 도중 접속오류 등 발생시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콜센터를 운영하기로 했다. 가정에 IT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농산어촌 및 도서지역의 학생들에 대해서는 학교 시설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직업계고에서는 기간집중이수제를 활용해 온라인 개학 시기에는 전공교과 이론수업을, 등교 이후에는 실습수업을 집중 실시한다. 장애학생의 경우, 시·청각장애 학생을 위해 원격수업 자막, 수어, 점자 등을 제공하고, 발달장애 학생에게는 다양한 형태의 원격수업과 방문교육 등 장애 유형과 정도를 고려해 지원한다.

유은혜 부총리는 “5월 중 교육부 내 에듀테크 전담팀(edutech TF)을 구성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력해 중장기적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며 “181명으로 구성된 원격지원 자원봉사단 ‘교사온’ 운영을 통해 축적한 노하우를 1만 커뮤니티, 개학준비추진단 회의 등에서 공유해 원격수업 운영시 문제 상황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선 학교 현장에서는 생소한 원격수업을 갑자기 정규수업으로 인정한다고 하니 어리둥절하다는 반응이다. 교사는 물론 고등학생과 초·중학교 자녀를 둔 학부모들도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초등학교 교사인 정 모씨는 “갑자기 온라인 수업을 하라니 막막한 것이 사실”이라며 “준비된 콘텐츠도 없고 어디에서 어떤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고등학생은 “당장 등교개학을 할 수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학생이 2명 이상인 집에 미디어 기기가 2대 이상 있다는 보장도 없고 온라인 수업은 선생님들도 처음이라 학교 역량에 따라 수업의 질이 달라질텐데, 이걸 기반으로 내신과 수능을 준비해야 한다니 막막하기만 하다”며 “교육부가 대책없는 결정을 내렸다”고 비판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온라인 개학을 하려면 사전에 철저한 준비를 해야 하는데, 열흘 남겨놓고 준비도 안된 상황에서 개학을 하겠다는 건가”며 “맞벌이 가정은 누가 자녀와 학습을 진행하고, 컴퓨터가 없는 가정은 어떡하며, 10일 만에 각 학교별로 시스템 구축이 가능한지 탁상행정만 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교육개발원이 2018년 발간한 ‘중등교육 온라인 개방형 교육체제 구축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중·고교생 중 원격수업을 들어본 경험이 있는 학생은 0.3%에 그친다. 2018년 기준, 원격수업이 진행된 학교는 중학교 18.9%, 고등학교 29.5%에 불과하다.

yeonjoo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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