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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빈부 격차'의 상징이 된 뉴욕 지하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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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인해 이용자 급감

저소득 일용직 노동자들만 남아

뉴욕에서 시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교통 수단으로는 하루 이용객이 539만명에 달하는 지하철을 꼽을 수 있다. 특히 대중 교통이 잘 발달돼 있고, 주차·관리비가 비싼 맨해튼에서 지하철은 고액 연봉을 받는 월스트리트 금융맨이건 일용직 노동자이건 누구나 평등하게 이용하는 교통 수단이었다. 그런데 30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는 “뉴욕의 보편적 교통 수단이었던 지하철이 코로나 사태로 인해 생계의 어려움을 겪거나 극빈층들만 이용하는 수단으로 바뀌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 브롱크스 지역 지하철역에서 출근길 전차를 기다리던 개인 간병인 욜란다 엔칸시온은 얼굴을 거의 가리는 마스크를 쓰고 손에는 비닐 장갑을 끼고 있었다. 그녀는 NYT에 “이 병(코로나)은 정말 위험하다. 바이러스에 감염되고 싶지 않고, 나로 인해 가족들까지 위험에 처하게 하고 싶지 않지만 먹고 살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뉴욕주 정부는 식료품 가게, 병원, 요양원 등 필수 업종을 제외한 모든 직종은 100% 재택을 하도록 하고,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닌 한 외출을 금지하는 자택 대피 명령을 내렸다. 그 결과, 현재 뉴욕 지하철 이용률은 미국에서 첫 코로나 환자가 발생한 1월 말에 비해 87%나 감소했다. 아직까지도 지하철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대개 엔칸시온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다. 뉴욕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이 많이 사는 브롱크스 지역의 지하철 탑승률이 뉴욕 전체 탑승률 하락보다 감소폭이 훨씬 낮은 55%라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한다.
간병인으로 일하는 술레이 리리아노도 매일 퀸스행 지하철을 타고 출근하고 있다. 리리아노는 “식당 주방에서 일하던 남편이 레스토랑 매장 영업 중단 조치 때문에 해고됐다. 매일 지하철을 타는 게 무섭긴 하지만 그나마 나라도 돈을 벌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NYT는 “한때는 평등의 상징이었던 지하철이 이제는 안전하게 집에서 재택 근무를 할 수 있는 이들과 빈약한 수입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위험을 감수하고 대중 교통을 이용해야만 하는 이들 사이의 빈부 차이를 보여주는 상징이 됐다”고 보도했다.

/뉴욕=오윤희 특파원

[오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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