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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트럼프가 '시진핑의 중국'에 계속 잽을 날리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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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홍콩, 위구르, 티베트 등의

자유-민주-인권 강화법 잇따라 제정

친중 전체주의 국가로 전락 막고

중국의 변화 촉진하려는 '포석'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와 대만해협 등을 둘러싸고 미·중 신경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정치권이 ‘시진핑의 중국’을 겨냥한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관세 부과, 환율 조작 금지 같은 경제적 차원을 넘어 주변국들의 자유·민주·인권 강화 지원법을 잇따라 통과시키며 반(反)민주·전체주의라는 중국의 ‘아킬레스 건(腱)’을 정면 공격하는 양상이다. 가장 최근의 결정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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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미국 조야의 '시진핑 중국' 옥죄기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2019년 국제회의에서 자리를 함께 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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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연방 상하원을 통과하고 넘어온 ‘대만 동맹 국제보호 강화법’에 이달 26일 서명했다. 작년 5월 코리 가드너(공화·덴버주), 크리스 쿤스(민주·델라웨어주) 두 상원의원이 공동발의한 이 법안의 정식 명칭은 ‘The Taiwan Allies International Protection and Enhancement Initiative Act of 2019’.
영문 머릿글자를 따면 ‘TAIPEI Act(법안번호 S. 1678)’로 이름부터 친(親)대만 성향으로 중국을 자극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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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26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정식 서명해 발표를 시작한 '대만 동맹 국제 강화법'. 영문 약칭을 따서 '타이페이법(TAIPEI Act)'으로도 불린다./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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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대만의 경제무역·외교 활동과 국제기구 가입을 미국 정부가 전폭 지원하는 것이다. 1979년 미·중 수교 후, ‘국가’ 지위를 잃고 세계 무대에서 퇴출 수순을 밟아온 대만을 ‘사실상 독립 국가’로 재기할 수 있도록 미국이 ‘뒷배’가 되겠다고 국내외에 선언한 셈이다.

“미·중 양자 대화 때에도 대만의 국제기구 가입 거론해야”

총 5개 섹션(Section)으로 구성된 법안에서 본문은 3~5섹션이다. 섹션 3은 미국·대만의 무역·경제 관계 강화를 촉구하고 있다. 이미 미국은 대만 입장에서 세계 2위 무역 상대국이며, 미국 입장에서 대만은 11위 교역국이다. 법안은 “미국과 대만이 양자 무역·경제 관계를 더 강화하는 여러 기회들을 미 행정부가 의회와 협의해야 한다”고 적시했다.<SEC.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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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 양국간 정상회담을 포함한 양자간 대화에서도 대만의 국제기구 가입 건 거론 등을 명시한 '타이페이 법'의 SEC.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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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의 백미(白眉)인 섹션 4는 국제기구에서 대만의 회원 가입을 미 행정부가 적극 돕도록 촉구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회원 가입 자격이 국가(statehood)가 아니며 미국이 참여하고 있는 모든 국제기구에서 대만의 가입을 옹호(advocate)하고, 다른 적절한 기구에서 옵저버 자격 부여를 위해 미국 정부는 여러 방안을 행사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미·중 정상회담이나 미·중 포괄적 경제대화 같은 양자(兩者) 접촉에서도 미국 대통령 또는 대통령이 지명한 인물은 대만의 국제기구 회원 가입 옹호를 거론하라”고도 명문화했다.<SEC.4 (3)>

섹션 5는 “인도·태평양 지역과 전 세계에서 대만이 공식 외교 관계와 파트너십을 강화할 수 있도록 미 행정부가 지원하는 것이 의회의 판단(the sense of Congress)이다”고 밝혔다. 대만의 안보·번영에 중대한 손실을 주는 국가에 대해 미 정부가 해당 국가와의 관계 조정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SEC.5 (a)(3)> 이들 국가에 대해 미 행정부가 기존 관계를 재검토, 경제 보복 등 불이익을 취하도록 한 것이다.

법안은 법 통과후 1년 이내에, 그리고 향후 5년간 국무장관은 매년 ‘타이페이 법’의 이행 상황을 의회에 보고하도록 했다. 보고할 곳도 상원(외교위, 세출위, 재무위)과 하원(외교위, 세출위, 세입위)에 각 3개 위원회를 못박았다.

대만은 중국 견제하는 미국의 ‘불침 항모’

이 법안은 연방 상·하원에서 공화·민주당을 떠나 초당(超黨)적 지지를 받아 제정됐다. 이달 4일 열린 하원 본회의 표결에서 이 법에 대해 참석한 415명의 의원들은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작년 10월29일 상원 첫 표결 때와 이달 11일 상원 최종 표결 때 모두 만장일치 동의를 받았다.

이춘근 국제정치아카데미 대표는 “2018년 10월 펜스 부통령의 허드슨연구소 연설 이후 미국 조야에선 중국을 사실상 적국(敵國)으로 간주하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대만을 중국 견제용 ‘불침 항공모함’으로 키우려는 의도도 감지된다”고 말했다.

중국 대륙과 100㎞ 떨어져 있는 인구 2300만의 대만을 키우려는 미국의 행보는 더 분명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11월 당선인 신분으로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통화를 하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뒤흔들었다. 미국과 대만 정상간의 통화는 37년 만에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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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이달 27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타이페이 법' 정식 발효에 감사하는 글./페이스북 캡처


2018년 3월에는 정부 고위 인사간 교류를 허용하는 ‘대만 여행법(Taiwan Travel Act)이 발효됐다. 그후 알렉스 웡 국무무 동아태담당 부차관보와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 등이 대만을 잇따라 찾았다. 40여년간 대만과의 정부간 직접 접촉을 피해오던 미국이 양안(兩岸) 정책을 180도 바꾼 것이다.

이어 작년 8월 미국 정부는 대만에 M1A2 에이브럼스 전차의 개량형인 M1A2T 전차와 스팅어 미사일 등 22억 달러(약 2조6400억원) 이상의 무기 판매 계획을 승인했다. 트럼프 정부 들어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는 작년 말까지 4차례, 금액으로 49억5000만달러에 달한다. 정재호 서울대 미·중관계연구센터 소장은 “타이페이법 만으로 미·중 관계의 근간이 흔들리지는 않겠지만 양국 관계에 미치는 상징성과 파장은 상당히 커 보인다”고 말했다.

정권 바뀌어도 트럼프식 중국 옥죄기·포위 계속된다

미국 정치권은 대만 외에 홍콩, 대만, 티베트, 위구르 등을 아우르는 포위망을 대놓고 만들고 있다. 홍콩에 대해서는 작년 11월27일부터 홍콩 인권법(Hong Kong Human Rights and Democrcy Act of 2019)이 발효되고 있다. 이 법은 미국 정부에 매년 홍콩의 자치 수준을 평가하고 홍콩의 특별지위 지속 여부를 결정할 것을 요구한다. 홍콩의 인권과 자유를 억압한 책임이 있는 인물의 미국 비자 발급을 금지하고 자산 동결 같은 제재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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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일 홍콩 주재 미국총영사관 앞에서 홍콩 시민들이 미국의 '홍콩 인권법안' 제정을 환영하면서 미국 성조기를 들고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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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초 하원을 통과한 ‘위구르인권정책법(Uyghur Human Rights Policy Act of 2019)’은 미국 대통령이 중국 서부 신장(新疆) 위구르 자치구 구금 수용소 폐쇄를 촉구토록 하고, 국무장관은 신장지역 ‘교화·강제노동 수용소’의 인권 탄압 보고서를 의회에 제출토록 했다. 중국 티베트 자치구에서 신앙의 자유 보장 등을 담은 ‘티베트 정책 및 지원 법안’도 올 1월 28일 미국 하원을 통과됐다.
중국은 미국의 움직임에 대해 각종 매체와 성명을 통해 “내정 간섭을 중단하라. ‘하나의 중국’ 원칙을 깨는 망동(妄動)”이라며 비난할 뿐 보복 행동은 못하고 있다. 미·중간의 현격한 국력 격차 때문이다.
미국의 이런 대중(對中) 압박 기조는 앞으로도 계속될까. 손병권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 “중국이 자유·민주·인권을 중시하는 선량한 강대국이 될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이 미국에선 사라졌다”며 “자칫 손 놓고 있다가는 티베트 뿐만 아니라 대만, 홍콩 등이 중국의 팽창적 전체주의 전략의 추가적 희생양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맞서 이들을 지원해야 한다는 전략적 목표를 미국 조야가 공유하고 있는 만큼, 중국이 바뀌지 않는 한, 민주당이 집권하더라도 미국의 대중 정책은 그대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송의달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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