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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국제유가 '뚝' 기름값 '뚝'…정유업계 "비용 절감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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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I 등 국제유가, 18년만 최저 수준…韓 휘발윳값도 하락세

-사우디·러시아 등 증산 계획 발표…국내 정유사들 "비용 최소화"

메트로신문사

정유업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오펙플러스(OPEC+, OPEC과 10개 주요 산유국의 연대체)의 감산합의 실패로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였다.

3월 31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최근 하락세를 이어가며 결국 18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일(30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6.6%(1.42달러) 떨어진 20.09달러에 장을 마쳤다.

이는 2002년 2월 이후 약 18년만에 최저 수준이다. 또한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5월물 브렌트유도 당일 배럴당 9.19%(2.29달러) 폭락한 22.64달러에 거래되며 역시 18년만에 최저 가격대를 나타냈다.

이같은 국제유가의 폭락세는 국내 주유소 제품 판매가에도 반영되며 내수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31일 오전 11시 기준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판매가격은 1L당 1395.34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3월 둘째 주까지만 해도 1500원대를 견고히 유지하던 휘발윳값이 약 20일만에 1L당 100원이상 급락한 것이다. 국내 휘발윳값은 최근 9주 연속 떨어지고 있다. 또한 경유의 주유소 판매 가격도 전일(30일) 기준 1204원으로 2016년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유가가 폭락하고 있는 배경에는 코로나19의 전세계적 확산과 함께 오펙플러스의 감산 합의 실패가 자리한다. 최근 몇 달새 코로나19가 퍼지면서 수요가 대폭 줄어든 것은 물론 오펙플러스의 감산 합의 실패에 따른 '석유 전쟁'이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간 교류가 둔화되며 항공유의 소비가 급감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로 자동차에 따른 이동이 최소화되는 등 수요가 낮아짐과 동시에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원유 증산 계획 발표가 겹쳐 국제유가가 급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합의가 결렬되면서 사우디아라비아는 4월부터 하루 1230만 배럴의 원유를 생산하겠다고 했으며 아랍에미리트도 일일 100만 배럴, 러시아는 최대 50만 배럴 증산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우디는 오펙플러스의 감산 합의가 지난 3년간 유지되면서 원유 수출량을 하루 700만 배럴 초반대까지 낮췄으나, 3월 31일부로 감산 기한이 끝나며 4월부터 1000만 배럴로 수출량을 높일 방침이다. 사우디는 또한 5월부터 하루 원유 수출량을 사상 최대규모인 1060만 배럴로 올리겠다고 밝혔다.

국내 정유업계는 대외변수에 따른 영향인 만큼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밖에 할 수 없어 속수무책인 모습이다. 지난 24일 국내 정유 4사 가운데 현대오일뱅크는 이미 사장을 비롯해 전 임원은 급여의 20%를 반납하고 경비예산의 최대 70%를 삭감하는 등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갔다. 반면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GS칼텍스 등은 아직 비상 체제에 대한 계획은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현 상황을 예의주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정유사들이 수요도 많이 잃었고 재고 관련해서도 부담을 많이 안게 된 상황이다. 일단 외부 상황을 바꿀 수 없으니 현 상황에서 어쨌든 비용을 최소화하고 조금이라도 수익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은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일단 이 난관을 견디고 넘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유가 하락 자체가 지금 중요하지는 않다. 정유사가 원유를 구입해서 휘발유 등을 만들어 판매하는데, 스프레드 자체가 워낙 안 좋은 상황이라 정제마진의 약세 현상 때문에 실적이 상당히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수송용 연료에 대한 수요는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 정유업체들의 생산 자체는 그만큼 줄지는 않는 것 같다"며 "지금 수요는 약한데 사우디에서 아주 싼 값에 원유를 팔고 있다. 두바이 유가 대비해서도 3~4달러 싸게 팔고 있다. 그래서 그 원유를 도입해서 생산할 수 있는 정유사들은 정유설비 가동률을 줄일 이유가 없다. 오히려 생산량을 늘리는 형태를 보일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나머지 정유사들은 정제마진 약세라고 하는 형태가 상당히 지속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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