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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생사 조차 몰랐다. 국가 배상하라" 화성 초등생 실종사건 유족, 배상 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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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신고받은 경찰관들, 단순 실종 종결

이춘재 자백 재수사...사체은닉 혐의 드러나

이춘재(57)가 자백했지만 ‘화성연쇄살인사건’에 포함되지 않았고 사건 발생 당시에도 살인이 아닌 단순 실종으로 처리돼 잊혀졌던 화성 초등학생 실종사건 희생자 유족이 사건 발생 31년만에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 사건은 1989년 7월 당시 화성군 태안읍에 살던 김모(당시 8세)양이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다 실종된 사건이다. 김양의 시신은 발견되지 않고 12월 20일 옷가지와 책가방 등이 화성군 태안읍 병점5리의 야산에서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화성연쇄살인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보고 실종 사건으로 종결했다. 그러나 지난해 이춘재가 자신의 소행이라고 자백하면서 경찰은 재수사를 벌여왔다.

조선일보

작년 11월 화성시 태안읍 초등학생 실종사건 현장에서 30여년만에 유류품 수색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실종된 김양의 유품을 찾아내지 못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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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의 유족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참본 이정도 변호사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2억5000만원의 국가배상 청구 소송을 수원지법에 제기했다고 31일 밝혔다. 유족측은 “당시 사건을 담당한 경찰관들이 사체은닉, 증거인멸 등을 저질렀으나 공소시효가 만료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담당 경찰관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사실상의 유일한 방법으로서 국가배상 청구 소송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춘재의 자백 이후 재수사에 나선 경찰은 당시 김양의 실종신고를 접수해 수사에 나선 담당 경찰관들이 김양의 유류품과 사체 일부를 발견하고도 이를 은폐한 것으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작년 12월 당시 형사계장 등 2명을 사체은닉, 증거인멸 등 혐의로 입건했다. 김양의 유족도 지난 1월 이들을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범인 도피,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고발했다.

이 변호사는 “당시 담당 경찰관들의 위법행위로 사건의 실체적 진실 규명은 30년 넘도록 지연되고 있고, 유족은 피해자의 생사조차 모른 채 긴 세월을 보내야 했다”며 “국가는 소속 경찰관들의 불법 행위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담당 경찰관들에 대한 형사처벌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이번 소송을 통해 피해자의 억울한 죽음, 공권력에 의한 은폐·조작 등 사건의 진실을 밝히고, 이후 담당 경찰관들에게 구상권 행사를 통해 합당한 책임을 묻고 유사 사건 발생을 예방할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권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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