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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연합시론] 사상 첫 '온라인 개학', 교육격차 따른 상대적 불이익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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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준비 미비 등으로 인해 초·중·고교 개학을 한 차례 더 미뤄 다음 달 9일부터 순차적으로 온라인 개학하기로 했다. 중·고 3학년이 우선 대상이며 일주일 후인 16일엔 중·고교 1~2학년과 초교 4~6학년, 20일엔 초교 1~3학년 학생 순으로 원격수업에 들어간다. 유치원의 경우 감염 통제 가능성과 개학 준비 정도 등을 감안해 등교 개학 기준이 충족될 때까지 휴업을 무기한 연장키로 했다. 대입 일정도 조정해 수학능력시험을 12월 3일로 2주 연기하고 수시 학생부 작성 마감일도 16일 늦춰 9월 16일로 잡았다. 코로나19 사태 탓에 개학일이 연기된 것은 이번이 4번째이고, 온라인 개학은 사상 처음이다. 그만큼 상황의 엄중함을 말해주는 전대미문의 국면이다.

이번 결정은 확진자 발생 현황, 감염 통제 가능성, 개학 준비도, 지역 간 형평성 들을 종합 고려한 조치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이후로는 지역별 감염 진행 상황과 학교 여건을 살펴 원격 수업과 등교 수업을 병행하는 등 탄력적인 학사 운영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이달 말이면 원격·등교 수업을 병행할 수 있을 것이란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온다. 스마트 기기 지원, 장애 학생들에 대한 자막·수어·점자 제공, 다문화 가정 학생들을 위한 다국어 지원 강화 등 우려되는 학습 격차 완화 방안도 마련했다. 교사들의 원격수업 역량 높이기 대책도 포함됐다. 잇따른 학사 일정 변경에 따라 적지 않은 혼란이 일겠지만, 무엇 보다 우선돼야 할 학생, 나아가 시민의 안전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평가한다. 아무리 학습권이 중요하다고 해도 인명에 우선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초유의 온라인 개학을 예행연습 없이 맞이함에 따라 당국과 학교의 노력에도 사각지대가 꽤 있을 수밖에 없다. 이제부터 과제는 원격수업을 학교별, 지역별, 계층별 격차 없이 진행하는 일이다. 특히 저소득층과 농어촌 지역 학생, 장애 학생 등 디지털 접근성이 떨어지는 학생들이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도록 촘촘하게 살펴야 한다. 미증유의 특수 상황임을 고려한다고 해도 수업의 질이 현저히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인력과 장비를 갖추는 일도 중요하다. 재작년 기준으로 원격수업이 있었던 곳은 중학교 18.9%, 고등학교 29.5%에 그쳤다고 한다. 지역별, 소득별 컴퓨터 보유율 차이도 크다. 일선에서 원격수업 경험과 인프라가 부족한 데다 격차도 크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신속한 실태 파악과 후속 대책, 우선순위에 따른 맞춤형 지원이 급선무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9월 신학기제' 도입 주장까지 거론되는 등 파장이 크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염병 사태 속에서도 학생들의 학습권을 최대한 보호하는 노력이다. 불평등과 소외가 있어선 더욱 안 된다. 대입을 앞둔 고교 3학년 학생들이 재수생과 비교해 불이익을 받았다는 불만이 나와서도 곤란하다. 불거질 문제점을 최소화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일 터이고, 궁극적으론 등교 수업을 최대한 앞당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국내 신규 확진자 수가 100명 내외로 정체했지만, 산발적인 집단감염과 해외 유입이 지속하는 만큼 긴장의 끈을 늦춰서는 안 된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생활화하고 격리 등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지속해 요구된다. 당국의 빈틈없는 방역은 기본이고, 여기에 시민의 노력과 협조가 합쳐져야 일상과 학교로의 복귀가 앞당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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