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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10달러대 넘보는 국제유가…"정유는 조 단위 적자 가능성에 화학도 암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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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급락으로 1분기 정유업계가 조 단위 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유가 급락 국면에서 투입원가가 절감돼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됐던 화학업종에 대한 전망도 어두워지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6.6%(1.42달러) 미끄러진 20.09달러에 마감됐다. 지난 2002년 2월 이후 약 18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이날 장중에는 배럴당 19.27달러까지 하락하면서 20달러 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정유업종은 유가 변동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미리 사둔 원유의 가치가 감소를 반영하는 재고평가손실 때문이다. 지난 1월 2일 WTI 기준 배럴당 61.18달러이던 국제유가는 지난달까지 완만한 하향곡선을 그리다 이달 들어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에 따른 수요 부진 우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증산 치킨게임의 영향으로 급락했다. 이에 SK이노베이션과 S-Oil은 1분기 각각 1조434억원과 5218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SK증권은 전망했다.

손지우 SK증권 연구원은 "유가 급락으로 정유사업부의 손익계산서상 레깅마진(원재료 투입 시점에 따른 손익) 손실, 대차대조표 상 재고평가손실 모두 극대화된다는 점 뿐만 아니라 복합정제마진도 작년 4분기 배럴당 4.7달러에서 올해 1분기 3.9달러로 하락했기 때문에 사실상 사면초가 상황"이라며 "석유화학 사업부도 파라자일렌(PX) 가격이 t당 791달러에서 741달러로 하락해 부진을 면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유가 급락에 따른 화학업계의 수익성 개선도 허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납사분해설비(NCC·원유정제 부산물인 납사를 분해해 플라스틱 원료인 에틸렌 등을 만드는 설비) 업체의 평균 스프레드가 지난달 t당 260달러에서 이달 초 290달러까지 확대되기도 했지만, 업황 회복의 신호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납사 가격은 이달 초와 비교해 한달 동안 t당 210달러가 급락한 반면 에틸렌, 프로필ㄹ[ps, 부타디엔 등 석유화학 제품 가격은 각각 155달러, 185달러, 105달러 하락하는 데 그쳤다"며 "시차를 무시한 스프레드 상승세"라고 말했다. 실제 이달 4주차 NCC 평균 스프레드는 다시 t당 258달러로 축소됐다.

화학업계로서는 오는 2분기부터 반영될 코로나19 확산 여파가 더 큰 문제다.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으로 인한 수요 충격의 영향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황 연구원은 "유럽·미국의 경제 통제로 올해 2분기 내구재 수요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달 잠시 반등한 스프레드는 다시 하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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