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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문화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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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의 차이가 있겠지만 우리는 보통 인천국제공항과 비행기의 사진만 봐도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있다. 잠시나마 복잡한 현실을 내려놓고 외국으로 여행을 떠나는 상상을 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외국 땅을 밟으면 외국의 문화를 경험하게 되는데 그 문화 속에서 우리는 의사소통도 원활하지 않을뿐더러 대중교통 비용도 많이 소요되고 무엇보다도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힘이 드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선택한 지역의 문화를 경험하기 위해서 해외여행에 대한 과감한 경제활동을 하게 된다.

매일경제

출처 : 디자인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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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라는 TV프로그램에서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대한민국의 문화를 경험하며 보이는 뜻밖의 모습에 즐거워한다. 한국의 음식과 생활방식 등 한국의 문화를 접하는 외국인의 모습은 그 자체가 우리에겐 새로운 에피소드가 된다. 이는 마치 어린아이가 태어나서 한번도 먹어본 적 없는 시큼한 과일을 먹었을 때 보이는 표정과 모습을 귀엽게 바라보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우리는 이미 맛을 알고 있기에 익숙하며 대담한 태도로 그 과일을 접할 수 있지만 아이에게는 그 자체가 처음 접하는 새로운 세계일 수 있듯이 우리에겐 너무도 익숙한 우리의 문화가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겐 신세계일 수 있는 것이다.

매일경제

출처 : MBC에브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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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세계적인 스타가 된 아이돌 그룹 BTS는 미국 빌보드200에 4연속 1위의 기록을 달성하며 비틀스가 정점을 찍어놓은 팝의 역사를 다시 썼다. 영화 기생충은 미국 아카데미상을 휩쓸며 한국문화의 우수성과 범용성을 전 세계에 알렸다. 영화 기생충에서 언급된 ‘짜파구리’ 덕분에 농심의 해외매출과 영업이익이 상승하리라는 증권가의 경제전망이 나왔고, 기생충과 BTS 등 문화사업에 대한 후원을 묵묵히 해온 CJ ENM은 기업의 입지가 더욱 두터워지는 효과를 얻게 되었다.

문화경제학 개념의 태동은 19세기 후반 영국의 경학자인 존 러스킨에 의해 이루어 졌으며 이를 통해 예술이 경제발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게 되었다. 삼성전자는 세계적인 디자이너 톰 브라운과 협업해 ‘갤럭시 Z플립 - 톰 브라운 에디션’을 출시했는데, 이는 패션 디자인에 대한 문화적 수요와 관심을 첨단기술에 담아 구축하고자 하는 디자인경제모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문화경제에 대한 연구는 지속적으로 발전하여 항공기 내에서만 맛볼 수 있는 기내식을 비행기 밖에서도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공간까지 생겨났다. 말레이시아의 수도인 쿠알라룸푸르에는 실제 기내에 제공되는 도시락과 스낵을 판매하는 음식점이 세계최초로 생겨났으며 이는 문화경제의 한 패턴을 구축하는데 일조했다는 평을 얻게 되었다.

미국 할리우드에서는 오래전부터 문화와 자본을 결합한 덕분에 경제적인 시각의 형성이 가능해왔다. 하지만 경제학에서 말하는 ‘기본적으로 합리적인’인간의 모습과는 다르게 이 곳에서는 상대적으로 상업성이 떨어지고 매출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영화를 많이 제작하는 모습을 보인다. 수익성보다는 대담함과 참신함을 보여줌으로써 명성을 쌓으려는 의도이다. 이는 많은 마케팅 비용이 드는 ‘갤럭시 Z플립 - 톰브라운 에디션’을 한정수량으로만 판매하는 삼성전자의 모습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기존과는 확연히 다른 취향과 그들만의 문화를 보유하고 있다. 그들은 자신이 머무는 공간과 패션 아이템들을 찍어 SNS 계정에 올리며 대중들과 문화적 소통을 하며 지낸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셀럽과 인플루언서들이 생겨나게 되었고, 이를 통해 더 이상 소수의 연예인이 다수의 대중을 상대하는 모습이 아닌 다수의 셀럽이 다수의 대중과 소통하는 문화가 형성 되었다.

서울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국내여행을 위해 부산을 향하고 마찬가지로 부산 사람들은 한번 씩 서울로 여행을 온다. 서로 다른 상대도시에서 경험하는 비슷한 듯 얼핏 다른 그 문화에 대해 우리는 경제활동을 하고, SNS를 통한 문화적 확산으로 더 많은 이들의 여행욕구를 불러 모은다. 대한민국, 우리는 현재 세계가 인정한 훌륭한 문화권에 살고 있다. 다른 나라, 다른 문화가 우리보다 더 나을 것이라는 오래된 사대주의적 관념을 버리고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문화의 우수성을 자랑스럽게 드러내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어떨지 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장기민 디자인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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