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3 (월)

텔레그램 협조도, 아이폰 해제도 난항…갈길 먼 `박사방` 수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수사 키 쥔 `조주빈 폰`, 보안기능 강해 잠금해제 어려워

본사도 모르는 텔레그램, 협조 불발땐 全회원 못 찾을수도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텔레그램 내에서 아동 성(性)착취물을 제작·유포한 `박사방`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는 경찰이 난관에 봉착했다. 텔레그램 측 협조를 받지 못해 간접적인 수사로 회원 명단을 확보할 수 없는 데다 결정적 증거인 `박사` 조주빈의 휴대전화(아이폰)의 잠금기능 해제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데일리

텔레그램에서 불법 성착취 영상을 제작, 판매한 n번방 사건의 주범 조주빈 씨가 25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에서 검찰에 송치되기 위해 호송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박사방 사건 열쇠, 조주빈 폰, 잠금해제할 수 있나

31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은 조주빈의 자택에서 확보한 휴대전화 9대를 압수해 분석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중 7대에 대해선 분석을 마쳤지만 아직 유의미한 자료를 찾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아직 분석하지 못한 휴대전화 2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박사방에서 벌어진 범죄 행위가 대부분 모바일 환경에서 벌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조주빈의 추가범죄와 공범, 회원 등의 정보를 알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경찰 역시 이러한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휴대전화 분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문제는 조주빈의 휴대전화 2대를 잠금 해제할 수 있느냐다. 이 두 대의 기종은 삼성과 애플의 최신 기종이다. 최근 시중에 새롭게 출시되는 휴대전화는 사용자 본인이나 제조사 협조 없이는 잠금해제가 상당히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애플의 경우 운영체제(OS) 소스코드에 대해 외부 유출을 엄격하게 막고 있어 이를 해제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실제 아이폰은 보안을 위해 입력한 암호가 수차례 틀릴 경우 다시 입력할 수 있는 데까지 일정 시간이 소요되고, 다시 또 틀리면 대기 시간이 더 길어지도록 설정돼 있다. 더욱이 조주빈은 비밀번호를 자주 바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수사에 협조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즉, 박사방의 실체를 알아내기가 녹록지 않다는 뜻이다.

앞서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수사를 받다가 숨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소속 검찰 수사관의 아이폰은 약 4개월이 걸려서야 해제가 가능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조주빈의 휴대전화 암호를 푸는 것은 (검찰 수사관 휴대전화 해독 시간과) 비슷하거나 더 걸릴 수도 있어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현재 아이폰 암호 해독을 위해 이스라엘 IT업체 기기까지 동원했다.

전문가들도 수사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장윤식 한국디지털포렌식학회 이사는 “디지털포렌식을 위해선 기기의 이미지를 복제해 분석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아이폰은 이 작업이 안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접근하려면 정당하게 패스워드를 알아야만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전혀 풀 수 없느냐 하면 즉답할 순 없지만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텔레그램 성착취 공동대책위원회가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계단에서 주최한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의 근본적 해결을 원한다’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본사도 모르는 텔레그램, ‘박사방 회원’ 특정 난항

또한 여전히 n번방(박사방) 수사와 관련해 텔레그램 측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앞서 경찰은 박사방에 참여한 텔레그램 이용자 닉네임 1만5000건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를 통해 회원들의 정보를 파악하고 수사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이를 위해 6개월간 대화방 화면을 저장하거나 대화 목록을 빼내는 단순 반복 작업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마저도 닉네임을 바꿀 수도 있기 때문에 범죄혐의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만약 텔레그램이 수사에 협조해 고객 정보를 제공했다면 이러한 수사 시간도 크게 단축될 수 있을뿐더러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확실한 증거가 돼 추가 수사에도 속도가 붙었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선 사실상 단순 반복 작업을 통한 데이터 획득에 힘을 쏟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경찰은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 관계자를 사이버성폭력 자문단의 일원으로 위촉하는 등 국제 공조에 힘을 쏟고 있다. 다만 한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 수사당국도 텔레그램 본사와 서버 소재지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텔레그램의 협조를 통한 박사방 사건 해결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