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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fn사설] 기업부터 살려야 일자리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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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생산·소비 곤두박질
기업 줄도산에 대비하길


자고 일어나면 온갖 나쁜 소식이 쏟아진다. 미국은 순식간에 확진자 기준 세계 1위 국가가 됐다. "거의 완벽하게 대응해도 미국인 10만~20만명이 사망할 수 있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4월 말까지 한 달 연장했다. 미국은 세계 경제를 이끄는 기관차다. 이 기관차가 고장나면 세계 경제가 덜컹거릴 수밖에 없다.

아니나 다를까, 국내 경제 상황은 악화일로다. 수치를 보는 게 겁이 날 정도다. 3월 31일 통계청에 따르면 2월 산업 생산과 소비는 9년 만에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71%에 그친 반면 재고율은 118%로 뛰었다. 자동차 생산은 전월비 -28%, 숙박은 -23.5%, 음식은 -15.9%, 항공여객은 -42.2%, 철도운송은 -43.8%, 여행업은 -45.6%를 기록했다. 숫자만 보면 마치 20여년 전 외환위기, 10여년 전 금융위기 시절로 돌아간 듯하다. 같은 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전월비 11포인트 낮은 54로 추락했다. 2009년 이후 최저치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0개 주력업종 협회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내놨다. 기업들은 코로나19 사태가 6개월 이상 장기화할 경우 매출이 -24%, 영업이익은 -23.3%, 수출은 -17.2%, 고용은 -10.5%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주목할 것은 고용이다. 외환위기 당시 대량해고는 한국 사회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우리는 정부가 기업 살리기에 좀 더 적극성을 보일 것을 촉구한다. 기업이 살아야 일자리가 살기 때문이다. 소득하위 70%에 최대 100만원을 지급하는 긴급재난지원금은 기껏해야 반짝 소비를 자극할 뿐이다. 그 재원도 따지고 보면 우리가 낸 세금이다. 반면 기업을 살려서 일자리를 유지하면 지속적인 소득, 지속적인 소비가 가능하다. 세금은 한 푼도 안 쓰는 것을 넘어서 되레 기업과 근로자로부터 세금을 걷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국토교통부가 3월 31일 저비용항공사(LCC) 진에어에 대한 행정제재를 푼 것은 시의적절했다. 그 덕에 진에어는 부정기편 운항을 재개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항공사, 특히 LCC는 생존의 갈림길에 섰다. 지금은 2년 전 '물컵 갑질'을 혼내는 것보다 진에어를 살리는 게 먼저다.

두산중공업 지원은 대기업 구조조정의 시금석이 될 수 있다. 일단 KDB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책임을 떠맡았다. 두 국책은행이 절반씩 총 1조원을 지원한다. 하지만 두산중공업은 연내 4조원 넘는 돈을 갚아야 한다. 산은·수은이 이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 또 언제 어떤 기업이 SOS를 칠지 모른다. 정부는 외환위기 때 활용한 공적자금의 재도입을 포함해서 광범위한 부실기업 지원방안을 미리 손써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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