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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이제 시작인걸까" 중국발 코로나19에 떠는 중남미…`대륙의 굴뚝` 멕시코, 보건비상사태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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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멕시코 정부가 군대를 동원해 코로나19주의보에 따른 시민 이동제한 단속에 나섰다./출처=밀레니오 트위터


이달 들어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가 미국과 캐나다 뿐 아니라 라틴 아메리카 국가에도 빠르게 번지면서 그간 다소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던 멕시코 정부가 '보건 비상사태'를 발표했다. 반면 라틴 아메리카에서 가장 규모가 큰 브라질에서는 대통령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지지자를 만나러 돌아다니는 영상을 소셜미디어(SNS)에 올렸다가 줄줄이 삭제되는 일도 있었다. 일대는 사상 최악의 피해를 보고 있는 유럽이나 미국보다 훨씬 열악한 의료 시스템을 가지고 있고 시민 다수가 빈민층이라는 점에서 코로나19가 시한폭탄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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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현지시간) 멕시코 할리스코 주 비르헨사포판 사원에서 프란시스코회 수도사들이 "집에 머물러 주세요"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있다./출처=Dominik Kustra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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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 아메리카의 굴뚝' 멕시코에서는 30일(현지시간) 보건부가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4월 30일까지 보건 비상사태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멕시코는 브라질에 이어 라틴 아메리카·카리브해 일대를 통틀어 두 번째로 인구·경제 규모가 크다.

현지 밀레니오 신문에 따르면 정부 지침에 따라 필수적이지 않은 모든 활동이 중단되고, 모임 제한 인원도 기존 100명이 아니라 50명으로 더 줄였다. 우고 로페즈-가텔 보건부 차관은 이날 "모든 시민들에게 가능한 한 집에 머무르라고 권고한다"면서 "특히 만 60세 이상 고령자와 폐질환이나 심장·고혈압·당뇨 증세가 있는 사람들은 더 엄격히 주의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발표는 국가 비상사태가 아니라 '보건' 비상사태에 해당한다.

30일 보건부에 따르면 멕시코 내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는 총 28명이며, 확진자는 통틀어 1393명이다. 그간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MLO·암로) 대통령이 자국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후에도 마스크를 쓰지 않고 지역을 돌며 시민들과 밀접 접촉을 하는 등 코로나19에 대해 특별한 경각심을 보이지 않아 눈길을 끌어왔다. 다만 30일 하루 동안 확진자가 100여명 추가되면서 전체 확진자 수가 1000명을 돌파하는 등 상황이 심상치 않게 흐르자 정부 차원에서 보건 비상사태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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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아이 석상으로 유명한 칠레 이스터섬에서도 원주민 2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섬이 공포감에 휩싸였다./출처=게티이미지·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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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아메리카·카리브 지역에서 확진자 수를 기준으로 30일까지 가장 피해가 큰 나라는 브라질(총 4630명), 칠레(총 2449명), 에콰도르(총 1966명), 멕시코(총 1393명), 파나마(총 1075명), 페루(총 950명) 순이다. 사망자는 브라질(총 163명), 에콰도르(총 62명), 도미니카공화국(총 42명), 멕시코(총 28명) 등이다.

이들 지역에서 가장 큰 문제는 세 가지가 꼽힌다. 가장 공통적인 문제는 공공 의료 시스템이 취약하다는 점이다. 두 번째로는 지역마다 편차가 있지만 브라질이나 아르헨티나 등 규모가 큰 나라에서 겨울이 다가오고 있어 기후 측면에서 코로나19가 퍼질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브라질과 멕시코는 나라 규모가 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심각성을 간과하고 느슨한 대응을 해왔다는 점이 문제로 꼽혀왔다.

공공 의료 시스템의 경우, PAHO(범미주 보건기구)는 라틴 아메리카 대륙 인구의 30%가 가난·시스템 사각지대 문제로 의료 서비스에 접근할 수 없다고 추정하고 있다. 28일 유엔산하 라틴아메리카·카리브 경제위원회(CEPAL)의 알리시아 바르세나 위원장은 BBC문도 인터뷰를 통해 "해당 권역을 보면 만15세 이상 노동자 중 57.3%만이 의료 보험에 가입돼 있고, 빈곤층 중 34%만이 의료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면서 "가뜩이나 빈부 격차가 크다보니 코로나19여파가 심각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대에서 가장 경제 규모가 큰 브라질은 국내 총생산(GDP)의 3.8%만 공공 의료에 투자하고 있다. 유럽 내 피해가 집중된 스페인의 절반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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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에서 한 가족이 마스크를 끼고 거리를 지나가고 있다./출처=로이터·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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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아메리카·카리브 일대에서 공공 의료 체계가 제대로 갖춰진 나라는 그나마 쿠바가 꼽힌다. GDP대비 공공 의료 지출에 민간 사업장 등이 부담하는 의료 지출 등을 종합 산정한 보편적 의료보험 지수는 쿠바(83), 우루과이(80), 브라질·파나마(79) 순이다. 다만 공공 의료에만 의지하는 빈곤층이 많다는 점을 감안해 GDP대비 공공 의료 지출 비중을 보면 쿠바(10.6%), 우루과이(6.4%), 코스타리카(6.2%) 순이다. 경제·인구 규모가 큰 브라질(3.8%), 멕시코(3.1%), 아르헨티나(4.9%), 콜롬비아(4.1%) 등 4국은 상대적으로 뒤쳐진다.

특히 브라질은 나라 규모만큼이나 중국발 코로나19 피해도 가장 크고, 또 겨울을 앞두고 있어 급속한 확산 가능성이 있다. 브라질리아나 상파울루, 리우데자네이루 등에 대규모 포진한 빈민촌 '파벨라'가 대규모 확산 도화선으로 꼽힌다. 그럼에도 브라질 정부 대응은 국가 봉쇄령과 비상사태를 선언한 이웃 나라 아르헨티나나 페루, 칠레에 비하면 소극적이라는 평이다. 브라질 보건부는 지난 28일부로 "만 60세 이상 고령자와 기저 질환자 등 고위험군에 대해 최소한 3개월간 공식 외부 활동을 제한하고 재택근무 등을 통해 일반인과 접촉을 줄이라"는 지침을 마련해 지역 정부에 전달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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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코로나19는 독감 같은 것`이라고 주장하며 연일 수도 브라질리아 인근을 돌며 지지자들을 만나다가 결국 트위터와 페이스북·인스타그램으로부터 자신이 올린 해당 영상·게시글을 삭제당했다./출처=블룸버그·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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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여전히 '코로나19는 독감 같은 것'이라고 주장하다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 측으로부터 자신이 올린 게시물을 삭제당하기도 했다. 30일 현지 폴랴지상파울루 신문에 따르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대통령이 보건부의 권고를 무시하고 29일 수도 브라질리아 시내를 돌아다니며 자신의 지지자들을 만나는 영상 게시물에 대해 '코로나19에 관한 잘못된 정보를 전달해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를 삭제 조치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보건부의 '사회적 격리' 조치에 반감을 담은 의문을 제기하는 글을 올렸다가 트위터로부터도 '공식적인 공공보건 정보에 위배되는 내용'이라는 이유로 게시물을 삭제 당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28일 유엔산하 CEPAL은 라틴아메리카·카리브 경제 권역이 코로나19판데믹(전세계 대유행) 여파로 일대가 올해 마이너스 성장(-1.8%)을 할 것으로 보이고, 이에 따라 실업률이 10%포인트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권역을 통틀어 극빈층이 기존 6750만 명에서 9070만명으로 34%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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