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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컴퓨터도 없는데…저소득층 가정, 온라인 개학 냉가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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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과 태블릿피시 등 스마트기기 없거나

있어도 부모와 함께 교육 참여할 여건 안돼

교육부 “교육청에 신청하면 배분해줄 예정”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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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구에 사는 13살 강민욱(가명)군은 할머니와 둘이 산다. 국제결혼을 한 부모는 집을 나간 지 오래다. 65살 이하 조부모와 만 18살 이하 손자녀로 구성된 이른바 ‘조손가정’이다. 집에는 컴퓨터도 없고 인터넷도 쓸 수 없다. 스마트폰은 있지만 낮은 데이터 요금제를 쓰고 있어 장시간 영상을 보기는 어렵다.

올해 초등학교에 올라간 7살 이지수(가명)양의 집은 다문화가정이다. 베트남인인 어머니는 한글을 잘 모른다. 한국인 아버지는 밤늦게까지 일을 하는 탓에 이양의 돌봄은 할머니 몫이다. 이양의 할머니는 최근 서울 도봉구의 한 아동센터에 찾아와 “온라인 개학을 한다는데 컴퓨터를 어떻게 켜야 할지, 온라인 강의를 어떻게 들어야 할지 모르겠다”며 상담을 요청했다.

교육부가 오는 9일부터 고등학교 3학년과 중학교 3학년을 시작으로 순차적인 ‘온라인 개학’을 실시한다고 31일 밝힌 가운데, 노트북이나 데스크톱 피시(PC), 태블릿피시나 스마트폰 등의 스마트기기가 없는 저소득층 가정이나 온라인 학습을 도와줄 사람이 없는 한부모 가정, 조손가정 등의 아이들이 ‘온라인 교육 사각지대’에 놓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교육부 방침에 따라 학부모들에게 스마트기기 소유 여부 등에 대해 설문조사를 하고 있는 교사들은 현장에서 ‘학습권 사각지대’의 심각성을 체감하고 있다. 경기도 부천의 한 초등학교 교사 ㄱ씨는 “전교생 900명 가운데 50명이 스마트기기가 없다고 답해서 일단 교육청에 37명분 스마트기기를 신청한 상황인데 교육청에서 신청 물량이 많다고 해서 모두 지급될지 의문”이라며 “지난해 신청한 스마트기기도 오는 5월에나 온다고 해서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정부가 ‘무선인프라 구축사업’에 따라 학교에 교육용 스마트기기를 지급하고 있지만 최근 코로나19에 따른 온라인 개학 소식으로 신청 물량이 폭주하면서 지급이 미뤄지고 있는 탓이다. 교육부는 이날 “학교별로 중위소득 50% 이하의 학생은 29만 명 정도로 파악된다”며 “학교에서 가지고 있는 스마트기기를 대여하고 학교에서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 교육청에 신청하면 배분해줄 예정”이라고 답했다.

스마트기기가 있어도 가정 상황에 따라 학습권 차이가 크게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초등교사 ㄴ씨는 “조사 과정에서 한부모 가정의 한 부모가 ‘직장에 무조건 나가야 하는데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집에서 어떻게 혼자 수업을 듣느냐’고 따지는 등 학부모들이 어려움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시흥의 한 초등학교 교사 ㄷ씨는 “구글 등에 특정 단어만 검색해도 청소년 유해 콘텐츠들이 나오는 상황에서 누군가의 통제가 없을 경우 학생들이 성인물 등 유해물에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구로구의 한 아동센터장은 “온라인 개학을 하면 담임교사가 해야 할 관리를 조부모나 부모들이 해야 하는데 취약계층 아이들은 소외될 가능성이 확실히 커질 것”이라며 “취약계층 부모 중에는 온라인 개학 진행 여부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있다”고 짚었다.

지난 30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공개한 ‘코로나19 대응 및 개학에 대한 긴급 설문조사’를 보면, 전국 17개 시·도 1만6천명의 교원 중 약 58%가 ‘온라인개학 여부’에 대해 찬성했지만, 대비가 어려운 유치원(37.38%)과 초등학교(55.52%)는 상대적으로 찬성 의견이 적었다.

권지담 전광준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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