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2 (일)

힘들때 더 늘어나는 '기부천사'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폐지로 번 돈 보낸 기초수급자. 조의금 기부한 상주 등

"나보다 힘든 이웃에 써달라" 성금 등 기탁 줄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전 국민이 힘든 시기를 보내는 가운데 자신보다 힘든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마스크와 성금을 기부하는 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특히 기초생활수급자와 초등학생들이 정성껏 모은 쌈짓돈을 기부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 큰 울림을 주고 있다.

31일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따르면 부산 해운대구 반여2동 행정복지센터는 최근 한 남성이 반여2·3동파출소에 기부한 마스크 10매를 전달받았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생활고를 겪으면서도 코로나19로 고생하는 경찰관들을 위해 써달라며 기부한 마스크다. 해당 남성은 쪽지에서 “지난해 미세먼지 때문에 동사무소에서 마스크 50매를 받았는데 18매는 이웃들에게 무료로 나눠 주고 부족하지만 10매는 고생하는 경찰들에게 주고 싶다”고 적었다.

울산에서는 70대 기초생활수급자 할머니가 남부경찰서 정문 경비 의경에게 마스크 40매와 현금 100만원을 건네고 사라졌다. 마스크 40매 중 25매는 울산 남구에서 기초생활수급자에게 지급하는 마스크였다. 손편지에서 “신정3동 기초생활수급자 70대 노점 상인”이라고 밝힌 할머니는 “대구의 어려운 분들에게 작은 보탬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수원시 조원1동행정복지센터에도 70대 할머니가 찾아와 어려운 이들을 위해 써 달라며 기초연금과 폐지 수집으로 모은 돈 200만원을 건넸다.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초등학생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모은 마스크와 성금을 전달하는 사례도 이어져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부산의 한 초등학생은 일회용 마스크 18매와 성금 3만9,920원을 사상구 학장동 행정복지센터에 기부했다. 부모님 몰래 찾아왔다는 이 학생은 “마스크는 매주 직접 약국 앞에서 줄을 서서 모았다”며 “마스크와 용돈이 좋은 일에 쓰였으면 좋겠다”고 말한 뒤 사라졌다. 강원 동해시 북평동에 거주하는 한 남매는 북평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아 마스크 10매와 라면 20상자를 전달했다. 남매는 “마스크를 기부하고 싶었지만 부족해서 라면을 기부한다”며 “어려운 분들에게 전달해 달라”는 편지를 남겼다. 울산에서는 한 초등학생이 자신의 용돈을 모아 구입한 마스크 200매을 삼산동행정복지센터에 기부하기도 했다.

특별한 의미가 담긴 성금을 내놓는 이들도 많다. 부산의 50대 남성은 북부소방서 구포119안전센터에서 체온측정을 하던 직원에게 돼지저금통을 들어달라고 말한 뒤 감사편지를 두고 사려졌다. 편지에는 “집사람 생일 선물을 주려고 지난 1년 동안 모은 돈인데 코로나19와 싸우는 소방관들을 위해 적은 힘이지만 보탬이 되고 싶다”고 적혀있었다.

광주에서는 한 남성이 어머니 장례를 치르고 남은 조의금을 기부하기도 했다. 서구 금호지구대에 방문한 한 남성은 “일주일 전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장례를 치렀는데 조의금 200만원이 남았다”며 “장례를 마치고 경황이 없으니 좋은 일에만 써달라”고 말하고는 황급히 자리를 떴다. 경기 의왕시 오전동 주민센터에는 70대 부부로 보이는 익명의 기부자가 현금 100만원을 놓고 사라졌다. 또 50대 남성으로 추정되는 또 다른 익명의 기부자는 50만원과 ‘코로나19로 고생하는 분들을 위해’라고 적힌 쪽지가 담긴 봉투를 남겼다.

경북 영주시 가흥1동 행정복지센터에는 한 주민이 현금 100만원이 든 봉투를 건네고 사라졌다. 봉투에는 ‘코로나19에 써주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기초생활수급자로 본인 형편도 넉넉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밖에도 손수 만든 마스크를 비롯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자발적인 성금·성품이 주민과 기업 등을 중심으로 쏟아지고 있다. 최근 부산 대연6동 행정복지센터에 직접 만든 면마스크 40매와 성금 10만원을 기탁한 기부자는 “어릴 적 한 동네 사는 사람끼리 서로 도우며 어려운 일들을 이겨내는 모습이 떠올라 작은 도움이라도 되려고 마스크를 만들었다”며 “하루빨리 코로나 19가 종식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부산=조원진기자 bscity@sedaily.com·전국종합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