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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신창재의 반격…교보생명, 딜로이트안진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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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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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재 교보생명 회장(67·사진)이 재무적투자자(FI)들과 '풋옵션(지분을 일정 가격에 되팔 권리) 갈등'으로 중재 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데 교보생명이 풋옵션 행사 가격을 산출한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을 미국 회계감독위원회(PCAOB)에 고발했다. 교보생명이 회사 차원에서 FI 진영을 상대로 '반격'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교보생명은 국내에서도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고발 배경에 대해 "딜로이트안진이 풋옵션 행사 가격인 공정시장가치(FMV)를 산정하는 과정에서 평가 기준을 지키지 않고 과도하게 높은 금액을 책정했다"고 말했다. 교보생명 측은 "딜로이트안진이 평가 기준을 지키지 않아 결국 주주 간 분쟁이 장기화했다"며 "경영 안정성과 평판이 저하되는 등 유·무형으로 영업상 손해가 발생해 회사 차원에서 고발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교보생명은 FI들과 직접적인 풋옵션 계약 당사자가 신 회장이라는 점에서 공개적인 공방을 자제해왔다.

교보생명 최대주주인 신 회장(지분율 33.78%)은 2012년 옛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했던 교보생명 지분을 매입한 어피니티 등 FI 컨소시엄(총 지분 24%)과 주주 간 계약을 체결했다. 이때 FI들은 2015년 말까지 기업공개(IPO)가 이뤄지지 않으면 신 회장 개인에게 지분을 되팔 수 있는 풋옵션을 받아냈다. 이후 교보생명이 2015년 기한까지 상장하지 못하면서 갈등은 시작됐다. 3년 후인 2018년 9월 교보생명 이사회가 IPO 결정을 보류하자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신 회장을 상대로 풋옵션 행사를 통보했다.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당시 보유 주식 총 492만주를 주당 40만9912원에 매수해 달라고 요청했다. 주당 가격을 산출한 것이 딜로이트안진이다.

교보생명과 신 회장은 딜로이트안진이 '공정한' 시장 가격을 산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딜로이트안진은 교보생명 주식에 대해 시장 가치를 산출하면서 풋옵션 행사 시점이 아닌 2017년 6월부터 2018년 6월까지 1년 동안 유사 기업 평균 주식 가치를 기준으로 삼았다. 이 기간 삼성생명, 오렌지라이프 등 교보생명 주요 경쟁사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상장 주식에 대한 풋옵션 행사 시 통상 행사 시점 가격을 참고하고, 비상장 주식은 직전 한 달 주가를 준용하는데, 딜로이트안진은 이 같은 평가 기준과 다르게 산출을 했다는 것이다. 교보생명은 전날 공시를 통해 "풋옵션 행사 가격이 과대평가됐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주주 간 계약상 풋옵션에 대한 적법성과 유효성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에 FI들 풋옵션 행사에 응하지 않았다. 풋옵션 행사 당시 신 회장 측은 20만원 선이 적정 주당 가격이라고 판단했다. 양측이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자 FI들은 결국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에 중재를 신청했다. 중재 결과는 이르면 올해 말에 나올 전망이다. 신 회장과 FI들 간 ICC 공판은 9월에 열릴 예정이다.

또 교보생명은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에 대해 관리감독을 맡고 있는 딜로이트 글로벌에 대해서도 손해배상 소송 준비를 마쳤고, 곧 소장을 제출할 방침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미국 뿐만아니라 국내에서도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교보생명은 만약 ICC가 FI들 손을 들어주고 신 회장이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면 교보생명 지배구조에 변동이 있을 수 있다고 공시했다. 지배구조 변동 가능성은 금융감독원 공시 의무에 해당된다. 이번 풋옵션 갈등과 ICC 중재 결과가 신 회장과 FI들 간 문제뿐만이 아니라 교보생명 경영 안정을 위해서도 중대한 사안이라는 점을 공개적으로 알린 것이다. 회사 차원에서 적극 대응에 나선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딜로이트안진 관계자는 "재무적투자자(FI)와 체결한 용역 계약에 따라 전문가 기준에 부합하도록 주식 가치 산정 업무를 수행했다"며 "본사에 대한 고발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재영 기자 / 김강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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