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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반쪽’된 재외국민 투표…교민들 “선거권 돌려달라”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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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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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총선을 2주 앞두고 재외국민의 ‘참정권 보장’이 화두로 떠올랐다. 코로나19 사태로 재외공관의 선거 관련 사무가 중지돼 투표할 수 없게 된 재외국민들이 “선거권을 돌려달라”고 요구하고 나서면서다. 불가피한 조처이긴 하나 이번 결정이 ‘자유선거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선관위는 31일 재외선거인 등록을 마친 17만여명 중 절반에 가까운 8만여명이 이번 결정으로 선거에 참여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중국 주우한 총영사관, 미국 주뉴욕 총영사관, 주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 독일 주프랑크푸르트 총영사관 등 40개국 65개 공관의 선거 사무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주재국의 우려 표명, 주재국의 제재 강화로 국민의 안전이 우려된다는 이유였다. 이들 지역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 재외공관에서 선거 관련 사무를 준비하기 어렵다는 점 등도 고려했다고 한다. 선관위는 새달 1일부터 6일까지 진행되는 재외선거 기간 중 투표 진행이 불가능한 지역이 더 발생하면 선거 사무 중단 국가가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만 로스앤젤레스(7662명), 뉴욕(7350명) 등에 거주하는 교민 4만여명이 투표에 참여할 수 없게 됐고, 독일에선 프랑크푸르트 교민(2538명) 등 5900여명, 스페인 바르셀로나 교민(209명) 등 730여명이 투표권을 빼앗겼다.

그러자 “투표권을 돌려달라”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미주·대양주·일본·유럽·아시아 등이 참여한 재외국민유권자연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우편·인터넷 투표 제도를 진작에 도입했다면 코로나19로 투표를 못 하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번 총선으로 꾸려지는 21대 국회에서는 무엇보다 우선해 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독일 베를린에 거주하는 교민 정선경씨는 <한겨레>에 보낸 이메일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과 투표 기간이 완전히 겹치지 않는다. 재외선거 사무 중지를 결정한 근거를 모르겠다”고 반발했다. 이 지역에선 ‘노 보트, 노 저스티스’(No Vote, No Justice) 운동이 시작되기도 했다. 지난 26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위한 국외 부재자 및 재외국민의 거소투표를 청원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그러나 선관위 관계자는 “현행 선거법상으론 거소투표 등을 임의로 진행할 수도 없다. 공정성 시비가 불거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또 “투표를 강행하려 할 경우 주재국 정부와의 외교적 마찰 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도 선관위의 재외선거 중단 결정에 대해 엇갈린 의견을 내놨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가적 1급 상황에서 참정권의 보장이 우선순위가 되는 것이 맞는지를 고민해봐야 한다”며 “선관위의 결정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반면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상황이 어려워 투표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다. 투표할 기회를 평등하고 자유롭게 보장받아야 한다. 투표율이 저조한 것은 감수해야겠지만 기회는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미나 이주빈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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