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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밤 11시부터 줄 서서 성공"…여전한 소상공인 '대출 줄 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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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소진공 직접대출 본격 시행

소진공 서울중부센터, 오전 6시쯤 현장 접수 마감

"이젠 새벽부터 줄서란 이야기냐"…늦은 상인들 '분통'

소진공, "직접대출 인력 부족…접수 더 하기 어려워"

이데일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1000만원 긴급대출이 시행된 1일 서울 종로구 소상공인진흥공단 중부센터에서 현장 예약을 하지 못한 소상공인들이 예약 방법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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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호준 기자] “밤 11시부터 줄 서서 지금 들어갑니다. 온라인 예약은 며칠째 시도하다가 그냥 포기했습니다.”

1000만원 한도 소상공인 긴급대출이 본격 시행된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진공 서울중부센터. 근처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박 모씨는 대출을 받기 위해 전날 밤 11시부터 줄을 서 이날 오전 10시쯤 대출 신청에 성공했다. 박 씨는 “새벽 3시부터 사람이 하나둘 오기 시작하더니, 오전 6시쯤 이미 50명 넘게 줄을 섰다”며 “온라인 예약은 1분도 안 돼 번번이 마감되는 바람에 가게를 늦게 열더라도 현장 접수가 낫겠다고 생각했다”고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지었다.

이날부터 정부는 소진공 전국 지역센터를 통한 소상공인 긴급대출을 본격 시행했다. 소상공인 긴급대출은 신용 4등급 이하 영세 소상공인들이 대상으로, 은행·보증기관을 거치지 않고도 소진공 지역센터에서 신청부터 대출까지 한 번에 받을 수 있다. 자금이 급한 이들이 많이 신청해 그간 병목현상도 심각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날부터 대출신청에 생년 ‘홀짝제’를 도입하고, 온라인 사전예약 시스템도 지난달 27일부터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소진공 센터 현장은 혼란스러웠다. 현장 접수를 하러온 상인들은 대부분 홀짝제 시행을 인지하고는 있었지만, 너무 빨리 마감된 게 문제였다. 서울중부센터의 경우 현장 접수는 이미 오전 6시쯤 마감됐다. 온라인 예약은 권역별로 접수 가능 시간을 구분했지만 인원이 제한돼 있고, 한꺼번에 접속이 몰려 신청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이날 서울중부센터는 현장접수 40여 건과 온라인 예약 30여 건을 합해 총 70여 건만 대출 신청을 받았다.

현장 접수를 마감한 줄 모르고 오전 9시 이후 센터를 방문한 소상공인들은 일제히 불만을 터트렸다. 서울 중구에서 제조업을 하는 심 모(72)씨는 “온라인 예약을 하려고 지난 금요일부터 매일 오전 9시 정각에 맞춰 대기했지만 예약에 실패했다”며 “결국 내일 여기서 밤새고 모레 오전에 신청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식품판매업을 하는 김 모씨도 “현장 접수가 마감됐으면 최소한 홈페이지에는 공지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온라인 예약은 안 되고 전화는 불통이고 몇 시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라는 거냐”고 언성을 높였다. 그제야 센터 직원들은 “온라인으로도 현장 접수 마감 공지를 하도록 건의하겠다”고 상인들을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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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직접대출이 본격 시행된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진공 서울중부센터. 새벽 6시쯤 이미 현장 접수는 마감돼 많은 상인들이 빈손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사진=김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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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사전예약 시스템이 먹통이라는 소상공인들도 많았다. 센터 직원들이 직접 현장에서 스마트폰으로 예약 방법을 알려주기도 했지만, 고령자들은 어렵다며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남대문시장에서 액세서리 수출업을 하는 이 모(70)씨는 “우리처럼 나이 많은 사람들은 1년이 지나도 온라인에서 예약을 못 할 것 같다”며 “결국 모레 센터에 또 와야 하는데, 새벽에 마감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긴급대출을 담당하는 소진공 측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기존 밀린 대출 신청도 처리해야 하고, 매일 수십 건 이상 신규 대출신청이 들어오다 보니 야근이 일상이 됐다. 직접대출은 기존 보증대출 확인서 발급 업무와 달리 직접 돈을 계좌에 입금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업무시간이 더 걸릴 수밖에 없다. 서울중부센터의 경우 최근 인력을 9명까지 늘렸지만, 직접대출을 담당하던 직원은 3명에 불과해 애로를 겪고 있다. 한창훈 소진공 서울중부센터장은 “밀린 대출 신청 처리에 매일 수십 건 이상 신규 접수를 하고 있기 때문에 직원 모두가 지친 상황”이라며 “온라인 예약을 늘리고 기존 물량이 해소되면 상황은 조금 나아지겠지만, 지금 상태에서 대출 물량을 더 늘리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한편, 소진공 긴급대출 신청은 시범 첫날(3월 25일) 200여 건으로 시작해 현재는 하루 접수 물량이 1400건 이상으로 늘어나고 있다. 26일에는 713건, 27일에는 1164건이 접수됐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제도가 본격 궤도에 오르면 하루 2000건 이상 자금을 집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아직 시행 초기여서 현장에서 적응하는 데 다소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며 “제도가 하루빨리 정착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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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직접대출이 본격 시행된 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진공 서울중부센터. 새벽 6시쯤 이미 현장 접수는 마감돼 많은 상인들이 빈손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사진=김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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