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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확진자도 ‘잊힐 권리’…속초시, 코로나19 완치 환자 동선 비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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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글씨’ 벗어나 사생활 보호

지역 상권 보호 위한 조처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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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확진자 동선 공개를 놓고 사생활 침해 등의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강원도 속초시가 완치자의 이동경로를 비공개로 전환하기로 했다. 과도한 사생활 침해를 막고 ‘확진자가 다녀간 곳’이라는 ‘주홍글씨’ 탓에 손님이 급감한 지역상권을 되살리기 위한 조처다.

속초시는 1일 시청 누리집에 게시된 지역 내 코로나19 첫 번째와 두 번째 확진자의 이동경로를 비공개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속초에선 지난 2월22일 주민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당시 속초시는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시민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 확진자의 이동경로를 자세하게 속초시 누리집을 통해 공개하고, 대대적인 방역과 확진자가 다녀간 곳 등을 폐쇄했다. 다행히 추가 확진자는 나오지 않았고 주민 2명도 지난달 4일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했다.

하지만 완치 판정을 받고 한 달 가까이 지났지만 확진자가 어디를 가고 누구를 만나는지 등이 담긴 동선은 지워지지 않고 시청 누리집에 낙인처럼 남아 사생활 침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확진자가 다녀간 식당과 커피숍, 약국, 미용실, 판매점 등의 이동경로는 가게 이름까지 그대로 공개돼 일정기간 폐쇄 조처와 함께 방역까지 마쳤지만 ‘확진자 방문 업소’라는 인식 탓에 매출 감소 등 2차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 확진자가 이용한 업소 가운데 한 식당은 방송에 소개될 정도로 명성을 얻었지만, 확진자 이용 업소로 알려진 뒤 손님 발길이 뚝 끊겼다. 이런 현상은 해당 업소뿐 아니라 인근 상권까지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다.

속초시는 이런 영향이 확진자 동선이 계속 공개되고 있는 탓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지난달 23일 시청 누리집에 공개된 첫 번째 확진자의 동선은 2만2천여 차례, 두 번째 확진자는 2만8천여 차례나 조회됐다.

속초시는 이미 완치 판정을 받은 확진자의 동선을 계속 공개하는 것이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오히려 그 피해가 시민과 지역상권에 전가되고 있는 현실을 하루빨리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속초시 관계자는 “중앙방역대책본부의 개인정보 관련 가이드라인을 보면, 확진자 발생 시 격리일까지 동선을 공개하게 돼 있을 뿐 삭제 여부에 대한 내용은 빠져있어 각 지자체에서 판단할 수 밖에 없다. 영세상인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적극 행정의 개념에서 결단을 내렸다. 개인 등이 필요에 따라 개별적으로 동선 공개를 요구하면 제공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달 14일 확진자 동선 공개를 두고 사생활 침해라는 지적이 일자 접촉자가 있을 때만 방문 장소와 이동수단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확진자의 거주지 세부 주소나 직장명 등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정보는 공개하지 못하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바 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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