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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대출요건 까다로워 발길 돌리는 사장님 '울상' [현장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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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소상공인 대출' 첫날 은행 창구
대출가능 여부 확인 문의 잇따라
신용등급·매출·기연체 여부 등 따져야
"대출 문턱 높아" 불만 속출
6등급까지 대출가능 기업銀 가기도
기존 보증대출 걸림돌


파이낸셜뉴스

1일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한 시중은행 지점에서 한 고객이 1.5% 소상공인 초저금리 대출과 관련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최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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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최근 코로나 사태로 업황이 너무 안 좋은데 초저금리 대출이 나온다는 얘기를 듣고 아침 일찍부터 은행 지점으로 와서 다양한 상담을 받았다. 그런데 신용등급 기준 등이 충족되지 않아 대출을 받기 어렵다는 얘기를 듣고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1~3등급 대상...기존 연체도 없어야
1일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한 시중은행 지점에서 만난 강재성(남·59)씨는 은행 문이 열리기 전 이미 지점 건물앞에 나와 있었다. 소매업을 영위하는 강씨는 코로나19로 업황이 악화되는 가운데 연 1.5%, 한도 3000만원의 초저금리 신용대출(이차보전 대출, 총 3조5000억원 규모)이 출시된다는 소식을 접했고, 기대감을 갖고 구체적인 상담을 받으러 직접 지점에 간 것이다. 하지만 대상 신용등급인 1∼3등급에 속하지 않아 결국 대출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강남구에 있는 또 다른 시중은행 지점에서 만난 소상공인 원미연(여·64)씨도 이른 아침 은행 지점에 나와 상담을 받았지만, 강씨와 마찬가지로 발길을 돌렸다. 원씨는 "이 은행에서 오래전부터 거래해온 고객임에도 매출액 기준(연 매출 5억원 이하)에서 약간 벗어나서 결국 대출 대상에 들어가지 못했다"며 "앞날이 걱정되는 상황에서 초저금리 대출이 꼭 필요했는데, 간발의 차로 대상이 되지 못해 솔직히 많이 서운하다"고 전했다.

또 기존 대출 연체와 세금 체납이 있으면 대출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눈에 띄었다. 이에 대해 기자가 은행에 문의한 결과 "연체나 세금 체납은 대출을 받은 이후 상환 가능성이 매우 낮은 저신용자로 간주돼 대출을 내줄 수 없게끔 돼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소상공인 고객 문의 '빗발'
초저금리 대출 시행이 예고된 후 전국에 있는 은행 지점엔 소상공인 고객들의 문의가 빗발쳤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주부터 오늘까지 유선 및 지점 방문을 포함해 약 40건 정도의 문의가 있었다"며 "본인들의 신용등급 등을 확인하며 대출가능 여부에 대해 문의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고, 기존 코로나 관련 소상공인 대출을 받은 고객들은 중복 수혜가 안 되는지 또는 이중으로 받을 수 있는지 등에 대해 문의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대출 문의를 하는 주요 업종은 제조업 및 도소매업이었다.

대출 상담은 대체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지만, 고객들 사이에선 대출 문턱이 높다는 등의 불만도 적지 않게 제기되는 상황이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을 통한 대출 신청의 경우 현재까지는 관련 상담 등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고객들 사이에선 대출 기준이 너무 높아 이를 충족하기 어렵다고 토로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문의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데, 긴급한 고객의 경우 적시에 대출자금 집행이 못 이뤄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고 덧붙였다.

■기업銀 6등급까지...기존 보증대출 걸림돌
이 같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 고객들은 신용등급 기준상 대출가능 범위가 보다 넓은 다른 은행으로 급하게 문의를 하기도 했다. IBK기업은행의 경우 6등급 차주까지 대출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을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그나마 기업은행은 신용등급이 낮은 소상공인들이 이용하기에 괜찮은 것처럼 보인다"면서도 "다만 대출 신청일을 기준으로 법인이 아닌 개인사업자로 등록한 지 6개월 이상 지나야 하고, 앞서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재단에서 받은 보증대출도 없어야 하는 등 걸림돌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출자금 집행 소요시간이 짧아 한도가 조기 소진될 수 있는 만큼 신속히 움직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준을 충족해 곧 대출을 받게되는 고객들의 얼굴엔 작은 미소가 번졌다. 한 시중은행 지점에서 만난 김상구(남·62)씨는 "작은 상점을 운영하는데 매우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요즘과 같이 어려운 시기에 이 같은 금융지원으로 소상공인들의 숨통이 조금이나마 트일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kschoi@fnnews.com 최경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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