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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컴퓨터도 못켜는 학생들인데"… 난감한 특수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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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개학 사각지대' 특수교육
"교사-학생 간 교감 중요한데" 난색
학부모 "장애인 교육권 무시" 한숨


파이낸셜뉴스

서울시 한 특수학교 교실이 개학 연기로 텅 비어있다. 지체장애 학생이 사용하는 의자에는 장애인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다리 사이에 기둥이 있고 다리 고정끈이 부착되어 있다. 신모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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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도 스스로 못 켜는데 온라인 수업이라니요…"

서울의 한 특수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는 신모씨(30)는 온라인 개학 소식에 난색을 표했다. 더이상 개학을 미루기 어렵다는 건 알지만 중증 지체장애 학생에게 온라인 수업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1일 교육부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가 지속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유치원을 제외한 전국 모든 초·중·고 및 특수학교는 사상 첫 '온라인 개학'을 실시한다.

장애학생의 경우 시·청각장애 학생에게는 원격수업 자막, 수어, 점자 등을 제공하고 발달장애 학생에게는 원격수업과 순회(방문)교육 등 장애 유형과 정도를 고려해 지원한다.

■"교감이 상당 부분 차지하는데"

중등 특수교육은 14~18세 장애학생을 대상으로, 40분 수업을 6교시까지 진행한다. 1개 반은 평균 4~6명의 학생으로 구성된다. 특수교사 1명이 수업을 담당하는데, 특수교육실무사나 사회복무요원 1명이 투입돼 수업을 돕는 게 일반적이다. 지제장애를 가진 학생은 특수교사 혼자서 수업을 진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예컨대 가위질을 한다면, 장애학생이 스스로 가위를 쥘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특수교사가 장애학생의 손을 잡고 일일이 움직여줘야 한다.

벚꽃을 설명한다고 하더라도 가급적이면 말이나 사진으로 수업하지 않는다. 실제 벚꽃을 준비해서 오감을 통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게 특수교육의 지향점이다. 장애 학생의 그날 몸 상태가 안 좋으면 발작을 일으키거나 폭력적인 행동을 할 수도 있어서 학생의 컨디션이 수업에 영향을 끼친다.

7년 차 특수교사 나모씨는 "특수교육은 교사와 학생 간의 교감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며 "단순히 텍스트나 영상보다 현물이 필요하고 되도록 가까이에서 소통해야 한다. 학생 옆에서 학부모가 도움을 줘도 학생을 집중시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장애인에도 교육권 보장해야"

가장 난처한 상황에 처한 건 학부모들이다.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장애학생 옆에서 도움을 줄 인력이 필요한데 학부모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다는 목소리다. 발달장애를 가진 아들 둔 정모씨(49)는 "직장을 다니는 부모가 어떻게 아이 옆을 계속 지킬 수 있겠나"라며 "비장애학생 중심의 온라인 교육을 장애학생에 끼워 맞춘 것 같아 서운하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윤진철 사무처장은 "장애인 교육이라는 것은 단순한 교과교육 뿐만 아니라 통합된 교육 현장에서 상호작용을 통해 자립성이나 사회성을 배워가는 과정"이라며 "이를 배제하고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는 것은 장애인의 교육권을 보장한다고 볼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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