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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코로나19 남성 사망자 많은 이유 ‘X염색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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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젠더와 글로벌 건강센터’ 사례 집계·분석

자료 제공 11개국 모두 사망자 ‘남초’ 뚜렷

손씻기·흡연 등 일상 위생에 남성이 무감각

여성이 호르몬·X염색체 등 더 강한 면역체계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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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의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넉달째에 접어든 1일 전세계 누적 확진자가 85만8천명, 사망자는 4만2천명(미 존스홉킨스대 집계)을 넘어섰다. 바이러스는 숙주(사람)를 가리지 않는다. 그러나 사망자의 성별 비율을 보면 남성이 여성보다 훨씬 많다.

바이러스의 공격에 취약한 노약자나 기저질환자의 치명률이 높은 것에 더해 ‘남성’이라는 사실 자체가 주목할 만한 사망 요인이라는 게 분명해지고 있다고 <프랑스 24> 방송이 31일 역학 전문가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젠더와 글로벌 건강센터’ 소장인 세라 호크스 교수는 “우리에게 사망자 성별 데이터를 제공하는 모든 나라에서 코로나19 감염자의 남성 치명률이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두 배 이상 여성보다 높다”고 밝혔다. 이 센터는 코로나19와 젠더의 관계를 연구·분석하는 글로벌 헬스 50/50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이 센터가 최근 공개한 ‘섹스, 젠더, 코로나19(COVID-19)’ 보고서를 보면, 사망자의 ‘남초’ 현상은 한국을 비롯해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데이터를 보내온 11개국 모두에서 공통으로 확인된다. 이탈리아와 덴마크에선 코로나19 사망자의 71%가 남성으로, 여성 사망자(29%)보다 2.4배나 많다. 중국·독일·스페인·네덜란드도 남성 사망자 비율이 64~66%로, 여성 사망자의 갑절에 이른다. 사망자의 성별 차이가 가장 적은 한국과 프랑스도 남성 사망자의 비율이 각각 54%, 58%로 더 높다. 이런 경향은 코로나바이러스의 다른 변종이었던 사스(2002년)와 메르스(2015년) 확산 때도 마찬가지였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치명률이 왜 성별로 다른지 확실한 결론은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몇가지 가능성에 주목한다.

첫째, 생활방식의 차이다. 남성들은 질병 초기에는 병원에 잘 안 가는 경향이 있다. 또 남성이 여성보다 손을 잘 안 씻거나, 씻더라도 비누를 사용하는 비율이 현저히 낮다. 지난달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009년 조사 결과를 인용해 공중화장실을 이용한 뒤 손을 씻는 여성이 65%인 데 견줘 남성은 31%에 그쳤다고 밝혔다. 폐와 심혈관계에 해로운 흡연과 음주도 여성보다 남성과 더 가깝다.

둘째, 생물학적 요인이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강력한 항바이러스 기능을 한다는 사실은 실험 결과로 입증돼 있다.

셋째, 유전적 요인이다. 인체의 면역체계 반응 정보가 입력된 엑스(X)염색체가 여성은 2개(XX), 남성은 1개뿐(XY)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의 면역 및 감염병 전문가인 사브라 클라인 교수는 “일반적으로 여성이 바이러스뿐 아니라 다른 질병에 대해서도 남성보다 면역반응이 뛰어나며, 면역체계에도 생물학적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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